단통법 이후 '조삼모사 서비스'만 늘어났나...이통3사 올해 결산

조은애 기자
입력일 2014-12-25 18:24 수정일 2014-12-25 18:39 발행일 2014-12-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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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통신시장 핫이슈는 단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다.

불법 보조금으로 새벽에 특정 대리·판매점에서 장사진을 치는 등 차별적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호갱(호구+고객)’ 양산을 막기 위해 제정됐지만 소비자들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단통법 시행 예고에 따라 대란과 영업정지가 유달랐던 해다. 

단통법 개정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다뤘어야 할 미방위 법안소위는 열리지 못했다.

◇ 번호이동 수 오르락 내리락...내년도는?

올해는 이동통신사들이 가장 많은 영업정지를 받은 해다. 올 3월부터 일정 기간 동안 LG유플러스, KT, 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이통3사는 순서대로 보조금 대란에 대한 영업정지를 맛봤다. LG유플러스는 두 차례로 나눠 1차 3월13일~4월23일, 2차 4월27일~5월18일까지, KT는 3월13일~4월26일까지, SK텔레콤은 4월5일부터 5월19일까지 모두 45일 간의 영업정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올 초 번호이동자 수는 급격한 오르락 내리락을 보였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2월 이통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각각 SK텔레콤 52만6220건, KT 36만7167건, LG유플러스 33만4609건으로 올해 월별 수치 중 가장 높았다가 4월에 SK텔레콤이 최소 수치로 3만5076명까지 떨어지는 등 대폭 하락을 보였다. 45일 간의 영업정지에 대비해 소비자들이 그 이전에 대거 몰렸다고 볼 수 있다.

이후 8월말과 9월 추석연휴를 전후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7일씩 영업정지를 받았다. 이통3사의 번호이동건수는 8월 이후와 단통법 시행 이후로 10만 건 초중반에서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 단말기 공시지원금은 상향...소비자 부담도 상향

단통법 시행 전과 후로 단말기 공시 지원금의 상한선은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아졌지만 실질적으로 단통법의 혜택으로 소비자들은 혜택보다는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꼈다. 애초 단통법의 취지는 단말기 유통시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차별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단통법에 포함됐어야 하는 분리공시제는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의 반발로 무산됐고 불법 보조금에 대한 정부의 제재 조치만 강화된 채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떨어졌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나자 이통3사에서는 몇몇 기종에 한해 단말기 지원금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4일부터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네오, G3 비트, 베가넘버6 등 4종에 대해 무한대89.9요금제를 기준으로 지원금을 65만원까지 대폭 상향했다. 일각에서는 대란이 다시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일어난 아이폰6 대란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3사의 임원 및 형사고발 한데 이어 24억원의 과징금 제재 조치를 취했다.

◇ 24개월 약정계약 영영 사라지나

그나마 단통법의 영향으로 주목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통사에서 24개월 약정계약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수순에 있다는 점이다.

KT의 순액요금제를 시작으로 24개월 약정계약을 해야만 받을 수 있었던 요금제 할인을 약정계약을 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완전무한67요금제를 2년 약정계약을 해야만 기본료를 5만1000원으로 할인받을 수 있었지만 순 완전무한51은 약정계약이 없이도 5만1000원을 내면 되는 것이다.

SK텔레콤도 10월1일 이후 가입자에 한해 2년 약정계약을 중간에 해지해도 요금할인에 대한 위약금을 물지 않기로 했다. LG유플러스도 12월1일 이후 가입한 고객들에게 약정기간 내 서비스를 해지해도 요금할인에 대한 위약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2년 노예계약’이라 불린 24개월 약정계약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당장 요금제 자체는 변한 것이 없다.

기존에 할인해주던 금액에서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조삼모사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지만 2년 약정할인 위약금을 폐지하는 수순에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라 볼 수 있다.

꽁꽁 얼어붙은 단말기 시장에 이통3사는 새로운 전략으로 각종 결합상품을 내놨다. SK텔레콤은 T가족결합으로 T포인트는 물론 데이터,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KT도 우리가족 무선할인으로 가족 1명이 KT회선을 사용하면 월정액 최대 1만원의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도 U+가족친구할인으로 24개월 동안 최대 월 3만원의 요금할인을 제공한다.

하지만 비슷한 요금제들이 양산돼 요금제와 서비스로 경쟁을 유도하자는 단통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한 통신사에서 특정 서비스를 내놓으면 다른 통신사에서도 이름만 바꾼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는 이른바 ‘미투(Me-too) 요금제’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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