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카본블랙' 시장 4파전... 국내가 좁다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4-12-21 16:49 수정일 2014-12-21 18:11 발행일 2014-12-22 8면
인쇄아이콘
현대오일뱅크 가세 불꽃 경쟁
18

현대오일뱅크가 정유사 최초로 ‘카본블랙’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을 선점해 온 국내 기업 OCI, 외국계 기업 오리온 엔지니어드 카본즈 코리아, 컬럼비안 케미컬스 코리아 등과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라 해외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카본블랙 시장의 규모는 연간 약 64만t이다. 대표 생산기업으로는 OCI(27만t), 오리온 엔지니어드 카본즈 코리아(25만t), 컬럼비안 케미컬스 코리아(12만t)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 현대오일뱅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계 한 카본블랙 업체와 합작법인 설립 및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한 협력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밝히면서 카본블랙 시장에서 4강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카본블랙은 석탄에서 나오는 ‘콜타르’와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슬러리오일’ 등을 불완전 연소시켜 만든 탄소분말이다. 주로 타이어, 고무 등의 강도를 높이는 배합제나 프린터 잉크의 원료로 쓰여 부가가치가 높다. 특히 자동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국내 뿐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타이어는 카본블랙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카본블랙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17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충남 대산공장 내 카본블랙 합작공장을 설립해 연간 16만t의 카본블랙을 생산할 계획이다. 일단 업계는 현대오일뱅크의 카본블랙 시장 진출에 대해 OCI 등 기존 업체들이 긴장할 수 있다는 시각과 이미 공급과잉이 심화된 시장에서 현대오일뱅크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으로 나뉘고 있다.

카본블랙
카본블랙의 생산 과정 이미지(현대오일뱅크 제공)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카본블랙의 원료인 슬러리오일 자체조달로 인한 원가경쟁력 확보와 독일 업체와의 합작으로 해외 수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했다. 회사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직접 활용해 카본블랙을 생산한다. 지금까지는 슬러리 오일을 아스팔트 열분해공정(DCU)에 투입하거나 벙커C유 블렌딩에 사용했고 일부는 카본블랙 제조업체에 판매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독일계 카본블랙 업체와의 협력 배경에 대해 “카본블랙에서 세계 7위권 안에 드는 기업”이라며 “글로벌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규모가 작은 내수시장보다 해외 판로 개척에 더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합작사 영업망을 통한 제품 판매로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카본블랙 시장의 30~40%를 점유하고 있는 OCI는 1981년부터 카본블랙 사업을 시작해 현재 연간 27만t의 카본블랙을 생산하고 있다. OCI 관계자는 “카본블랙 생산기업은 품질경쟁력과 공급능력이 중요하다”며 “새 수요처 발굴과 함께 카본블랙을 한 단계 더 가공해 고부가가치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OCI는 최근 중국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슬러리 오일을 자체 사용한다면 OCI는 마찬가지로 카본블랙 원료인 콜타르 생산을 늘리고 있다. OCI는 21일 산둥OCI에 이어 중국 안후이성에 두 번째 콜타르정제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OCI는 콜타르로 카본블랙을 비롯한 화학제품을 만들어 안후이성 근처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이다. 원재료 확보가 용이하고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issue &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