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여왕'의 분노…외신이 본 '땅콩'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2-18 18:32 수정일 2014-12-18 18:32 발행일 2014-12-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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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대재앙(nut fiasco)’, ‘땅콩 분노(nut-rageous)’, ‘떼 쓰는 어린아이(Tantrum)’, ‘땅콩의 여왕(nut queen)’ 등은 이른바 ‘땅콩 리턴’이라 불리는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을 비꼬는 주요 외신들의 조롱 섞인 비난이다.

영국 BBC 뉴스는 최근 ‘땅콩 대재앙(nut fiasco)’ 이라는 표현을 쓰며 승무원이 봉지 채 건넨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행동을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한국의 유일무이한 ‘재벌 (chaebol)’을 특수한 문화적 고질로 평가했다.

미국 포브스는 이번 사건을 ‘땅콩 분노(nut-rageous)’라고 언급했다.

이는 ‘땅콩(nut)’과 ‘격노하다(outrageous)’를 조합한 합성어다. 신문은 “땅콩 한 봉지가 130만달러(약 14억 4000만원)?”라고 비꼬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조씨를 ‘떼 쓰는 어린아이(Tantrum)’에 비유하며 “그가 땅콩 한 봉지를 두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땅콩소란(nut rumpus)’을 피워 우스운 꼴이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금까지 착석 거부, 만취 고객 등으로 발생했던 기내 사건은 그저 웃어 넘길 수 있는 해프닝에 불과했다”며 이른바 ‘땅콩사건(peanuts incident)’을 비중 있게 다뤘다.

또한 “한국 내 소수 재벌일가들이 한국 전체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을 보유하고도 계열사에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조씨 일가가 대한항공의 지분 10% 미만을 보유하고 있으나 경영권 행사에 있어 누구도 도전하기 힘든 상황이다”라며 “그의 행동은 옹졸하고 거만했다(petty and arrogant)”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 지역 신문은 ‘폭군(tyrannical)’이라는 노골적 표현을 사용해 “그가 비행기에서 사무장을 뻥 차버렸다(kicking steward off the plane)”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를 ‘땅콩의 여왕(nut queen)’으로 지칭하며 단순 사건 보도에 그치지 않고 가장 많이 본 뉴스나 화제가 된 뉴스의 순위권에 사건을 내세웠다.

신문은 ‘땅콩출구(Nutgate)’라는 단어를 사용해 땅콩 하나로 인해 탑승게이트로 항공기를 되돌린 이번 사건을 비꼬았다. 이 단어는 1972년 미국 닉슨정권의 선거방해, 정치헌금의 부정과 탈세 등이 드러난 ‘워터게이트(Watergate)’사건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며 땅콩사건으로부터 붉어진 한국 재벌의 횡포를 짚기도 했다.

이 밖에도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대한항공을 ‘땅콩항공(Peanut Airlines)’, ‘땅콩공항(air nuts)’으로 명명하며 “고객님은 현재 접시에서 정성스럽게 재배된 특별한 땅콩을 맛볼 수 있는 ‘땅콩항공’에 탑승하고 계십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우스꽝스러운 유튜브 영상을 인용해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