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추락하는 새 아시아나 飛上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4-12-14 16:15 수정일 2014-12-14 19:02 발행일 2014-12-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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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대 민항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후진’ 사태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까지 위협받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5년만에 자율협약을 졸업하고 경영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그동안 치열한 신경전을 펼쳐왔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2006년 비행운행규범(FOM) 표절 여부를 두고 한 차례 공방을 벌였던 두 항공사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일으킨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에 대해 대한항공이 운항정지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또 다시 신경전을 예고했다. 올해 초에는 아시아나항공이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불리는 A380을 도입하면서도 기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두 항공사의 경영환경이 아시아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후발주자로 대한항공에 늘 눌려왔던 모습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서로의 위치가 조금식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5년만에 자율협약(채권은행 공동관리)을 졸업하면서 경영권을 회복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시아나 최대 주주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대한항공의 기업문화까지 알려지면서 기업 이미지까지 아시아나항공에 호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뉴욕 한인단체인 ‘뉴욕퀸스한인화’와 ‘뉴욕한인학부모협회’ 등은 대한항공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불매 운동에 돌입했다.

조 전 부사장으로 촉발된 대한항공 경영진에 대한 불신은 조원태- 조현민 등을 비롯한 조양호 회장 일가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1997년 22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괌 사태와 1999년 세금포탈 혐의로 한 차례 경영일선에 물러났던 조양호 회장은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일부 지분을 갖고 회사를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해온 조양호 회장 일가가 제왕적 위치에서 군림하면서 ‘땅콩회항’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대한항공의 모습은 ‘최악’이라는 평가다. 조 전 부사장은 보직만 회사에 반납하기로 하면서 ‘반쪽 사퇴’라는 논란을 자초한데 이어 모든 책임을 사무장에게 돌리면서 오너 일가 전체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 형성을 기여했다.

대한항공 노조 관계자는 “사무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오너일가의 모습에 내가 이 회사에 다닌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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