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a'로는 불안해… 국내 최초 카드 명성 'KEB'와 동거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4-12-07 16:58 수정일 2014-12-07 16:58 발행일 2014-12-08 6면
인쇄아이콘
하나카드 영문사명의 셈법
싱크카드
통합 하나카드의 첫 작품 ‘싱크카드’ 왼쪽 상단의 영문 회사명에 ‘KEB’가 들어가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통합해 출범한 카드사의 사명을 ‘하나카드’로 정했다. 하나금융지주가 모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또 SK텔레콤의 공동투자 의미가 사라졌기 때문에 하나카드로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하나카드는 지난 3일 첫 상품으로 ‘Sync(싱크)카드’를 출시했다. 그런데 이 카드 왼쪽 상단에 영어로 써있는 회사명(사진 빨간선 안)은 좀 이상(?)하다. ‘Hana Card’ 앞에 ‘KEB’가 붙어있다. KEB는 외환은행의 약자. 이를 그대로 번역하면 ‘외환 하나카드’다. 즉 한글 사명과 영문 사명을 다르게 간 것이다.

여기에는 하나금융의 복잡한 셈법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하나SK-외환카드를 합병하면서 ‘하나’와 ‘외환’을 어떻게 사명에 활용할 것이냐에 대해 고심을 했다. 대외인지도, 고객 충성도 등은 외환카드가 앞서지만, 그룹 이미지나 브랜드 기억력에서는 하나카드가 낫기 때문이다.

지난 1978년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를 발급한 외환카드는 외환은행으로부터 분사와 통합을 반복했지만 연혁만 두고 봤을 때 가장 오래된 전업계 카드사다. 결국 ‘하나카드’로 사명을 정했지만 ‘외환’도 그냥 버리지는 않는 선택을 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고심 끝에 하나카드로 한글사명이 정해졌지만 과거 잘나갔던 외환카드의 명성과 브랜드 파워를 이어가기 위해 영문사명은 KEB Hana Card로 균형을 맞춰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선택은 향후 하나-외환 통합은행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해외법인 통합에서 이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법인은 올해 초 통합과 함께 통합법인명을 ‘인도네시아하나외환은행’으로 결정했다. 영문명은 외환은행의 ‘KEB’를 앞세운 ‘KEBHANA’로 지으면서 균형을 맞췄다.

다만 중국에서는 법인명에서 외환을 빼고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중국 통합법인을 앞둔 하나·외환은행은 중국 법인명을 ‘외환’을 뺀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로 출범한다. 중국의 경우 베이징엔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가, 톈진에는 외환은행 중국유한공사가 법인 형태로 그간 운영되고 있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이라는 단어 자체가 돈이 빠져나간다는 뜻이 있어 중국에서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지다보니 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상적으로 통합 이후 존속법인을 (외환은행에)주면 사명은 나머지 은행(하나은행)이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면서 “과거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합병할 당시 존속법인을 서울은행으로 사명을 하나은행으로 유지한 게 대표적인 예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

issue &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