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삐 풀리는 저축은행… '3년전 악몽' 잊었나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4-12-03 16:12 수정일 2014-12-03 16:12 발행일 2014-12-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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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설치 규제 완화에 우려 목소리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들을 상대로 한 저축은행의 부실대출이 과열양상을 빚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연이은 규제완화를 꺼내 들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가 있은 지 3년밖에 안된 시점에 규제완화가 적절한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K 등 일부 저축은행들이 적정 대출한도를 넘기거나 소득대비 채무가 과도한 대출 부적격자에게 부실대출을 해줘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의 점포 설치시 증자 의무 및 자산건전성 규제 등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출장소·여신전문출장소 설치시 증자해야 하는 자본금 규모를 약 10분의 1로 줄였다. 고객 접근성 제고를 위해 지점 설치시 증자해야 하는 자본금 규모가 출장소의 경우 50%에서 5%로, 여신전문출장소는 12.5%에서 1%로 대폭 축소되는 것이다.

◇ 당국 “점포설치 규제없는 은행과의 형평성 차원”

이처럼 저축은행 점포 설치 규제를 완화한 것은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고 점포 설치 규제가 없는 은행·상호금융 등 다른 금융권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방안을 놓고 일각에서는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저축은행들이 대규모 부실로 줄줄이 영업정지를 받은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저축은행들은 무분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점포증설을 통한 외형확대로 결국 파산하고 수많은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의 점포 수는 저축은행 사태가 본격화한 2011년 6월 말(344개)부터 2012년 12월 말(367개)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업계를 살리기 위한 금융당국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올 6월 말 현재 329개까지 감소했다.

◇ 재무건전성 개선됐지만 불안감 여전

이 과정에서 전국 저축은행의 평균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6월 9.95%에서 올 6월 14.42%로 상승하며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이 때문에 현재의 수준에서 저축은행 규모가 또다시 늘어날 경우 제2의 부실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인력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저축은행만 점포 개설 완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만큼 저축은행 전부가 외형확장을 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칫 저축은행이 방만한 경영을 하거나 부실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업계 상황이 좋아졌을 경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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