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검은희망' 탄소섬유에 빠지다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4-12-01 19:22 수정일 2014-12-01 23:32 발행일 2014-12-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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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보다 10배 강한 '꿈의 신소재'…효성·태광 등 국내업체 상업화 박차

대한민국 산업계가 ‘탄소섬유 사랑’에 푹 빠졌다. 정부는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는 국내 제조업을 살려낼 창조경제 실현모델로 탄소섬유에 주목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철을 대체할 신소재로서 탄소섬유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연구개발과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철의 1/4, 강도는 10배, 탄성률은 7배라는 물리적 특징을 지녀 ‘미래의 쌀’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이 탄소섬유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들의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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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업계에 따르면 탄소섬유 연구와 개발, 그리고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기업은 효성, 태광산업, 코오롱인더스트리, GS칼텍스, 한화케미칼 등이다.

탄소섬유는 원료에 따라 크게 팬이라는 고분자로 만든 ‘팬(PAN)계 탄소섬유’와 석유물질로 만든 ‘피치(PITCH)계 탄소섬유’로 분류한다. 효성과 태성그룹, 코오롱 인더스트리의 탄소섬유는 팬계, GS칼텍스와 한화케미칼이 주력하고 있는 것은 피치계라고 할 수 있다. 피치계는 팬계보다 열전도성이 뛰어나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성과 태광산업은 팬계 탄소섬유 개발을 완료하고 생산 중에 있다.

이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은 효성과 도레이첨단소재, 그리고 태광산업 등이다.

효성은 3년여의 연구 끝에 독자기술로 지난 2011년 6월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은 최근 열린 ‘2014 창조경제박람회’에서 ‘탄소섬유와 함께 하는 일상’을 주제로 탄소섬유·폴리케톤 등 첨단소재기술을 선보였다.

앞서 효성은 전북도와 전주시에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출범하고, 효성 전주공장 부지에 ‘탄소특화 창업보육센터’도 설립키로 했다. 효성은 탄소산업 발전과 창조경제활성화를 위해 총 1조 24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올해 3월 구미공장에 연산 2500t 규모의 탄소섬유 2공장을 증설하고 본격 상업생산에 나섰다. 기존 1공장을 포함해 총 4700t 규모의 국내 최대 탄소섬유 공급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도레이는 지난달 미국 보잉사에 탄소섬유를 10년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조엔이 넘는 규모다. 태광산업은 지난 2009년 PAN계 탄소섬유 생산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한 이후 2011년 상업설비 구축을 거쳐 2012년 3월부터 상업생산을 개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C-산업육성센터 임지선 박사는 “그동안은 국내에서 제대로 된 탄소섬유를 만들지 못해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 수입해왔지만 20~30년간 쌓인 석유화학 기술을 바탕으로 이제 국산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일본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쟁력 있는 소재인만큼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들이 함께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탄소산업의 자립화를 위해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산업자원부는 한국화학연구원과 11개 탄소산업 관련 기업들과 함께 탄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박청원 산업정책실장은 “금번 협약을 계기로 탄소소재 자립 생산기반이 구축돼 ‘상생협력형 탄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또 내년부터 탄소 중간원료와 소재에 생산, 투자하는 기업은 법인세 등 세제감면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최근 탄소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산업계를 지원하는 등 탄소소재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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