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우고 솎아내고… 대기업 M&A 새 모델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4-11-27 19:17 수정일 2014-11-27 19:17 발행일 2014-11-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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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 '빅딜'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 모범사례"

삼성과 한화의 ‘빅딜’이 산업계에서 큰 화제가 되면서 핵심역량을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간 인수합병(M&A)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경제학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삼성과 한화의 빅딜을 대기업 간에 자율적으로 이뤄진 M&A의 새 모델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거치면서 과잉 투자나 불필요하게 중복된 산업 분야를 재편하고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긍정적 관점에서 M&A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 기업정책팀 신석훈 팀장은 “이번 삼성과 한화의 빅딜은 M&A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며 “과거 M&A가 부채비율이 높고 망해가는 회사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전문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덩치를 키우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한화가 주도적으로 M&A를 진행한 배경에는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느끼는 위기의식도 원인이 됐다. 국내 시장을 떠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다 보니 기업 스스로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신 팀장은 “앞으로 국내에 이런 방향의 M&A가 유행처럼 일어날 것”이라면서 “기업 생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신현한 교수는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이러한 M&A는 충분히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은 새 사업을 하거나 계열사를 만들면 비난을 받기 쉬운데 경쟁력있는 기업들이 M&A에 눈치보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이나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 역시 “삼성과 한화의 M&A에서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었다”며 “산업이 침체돼 있을 때는 더 경쟁력 있는 기업에 역량을 투입할 수 있는 산업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M&A시장은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인호 교수는 “이번 M&A는 규모도 컸지만 두 대기업이 자신들이 집중해야 할 업종을 골라내고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M&A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에는 미리 대비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을 통한 고용 불안이나 기존 기업들과의 계약 등이 그것이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이정훈 변호사는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경쟁관계인 대기업 간에 이뤄진 M&A란 점에서 신선하다”면서도 “M&A를 하는 것이 꼭 효율적인 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구조조정시 발생할 수 있는 고용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M&A시 기업과 근로자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절충할 수 있는 제도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M&A가 앞으로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고 다국적 기업 등 해외 여러 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올 때 기존 회사를 인수해 투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 로펌들이 2016년 말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할 것이라 M&A시장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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