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위협' 때문에 분열되는 '현재의 국민'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4-11-27 16:07 수정일 2014-12-01 16:25 발행일 2014-11-28 4면
인쇄아이콘
[FTA 10년, 빛과 그림자] ⑧ 사회 통합 저해<끝>
"경제 손실보다 사회불신이 더 문제…정부가 나서서 정확한 정보로 혼란 없애야"
2014112000020039116
지난 2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쌀값 안정과 한·중FTA 중단 등을 촉구했다.(연합)

우리나라는 2008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로 뜨거웠다.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는 과정에서 ‘광우병’ 우려가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반대 시위가 전국 각지로 퍼졌다. 직장인인 ‘넥타이 부대’와 아이를 데리고 거리로 나온 ‘유모차 부대’ 엄마들까지 시위대에 합류했다.

최근에는 한·중 FTA 중단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집회가 잇따랐다.

◇ 경제 효과 둘러싸고 이해집단 갈등

이처럼 FTA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갈려 마찰을 빚곤 한다. 경제 영토를 넓히는 FTA지만, 때로는 사회 통합에 저해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는 FTA를 통해 무역 증대의 효과를 얻는 품목이 있는가 하면, 일부 산업에서는 타격을 입게 돼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27일 “FTA를 두고 갈등을 한다면 체결 전과 체결 후와 같이 두 가지 국면으로 나눌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FTA를 발효한 뒤 나타난 문제보다 FTA를 맺기 전에 일어난 갈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2008~2009년 표출된 한·미 FTA 문제야말로 우리가 대표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겪은 사례”라며 “FTA가 미래에 위협이 될 것인가를 두고 국론이 분열됐다”고 설명했다.

◇ 정부의 일방적 태도, FTA 갈등 부추겨

이 교수는 “정부는 FTA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고 설득하지만 그것을 믿지 못하는 국민이나 산업계가 반대하는 양상으로 갈등이 나타난다”며 “그동안 정부가 정책을 풀어가는 데 매우 미숙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에게 정책을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대를 이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켰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사회 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심각하지만, ‘갈등 관리 역량’은 최하위권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FTA를 반대하는 여러 집회 등을 통해 생산 중단이나 물류 마비로 경제활동에 손실이 생긴다”면서도 “그보다 심각한 건 국민이 우리 사회에 대해 불신을 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념적 골이 깊어지면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든지 국민은 반대하게 된다”며 “갈등이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확대 재생산되는 문제도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14112000020039534
지난 2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쌀값 안정과 한·중FTA 중단 등을 촉구했다.(연합)
◇ 다양한 이해관계 받아들여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이 교수는 “독불장군 식의 국정이 계속된다면 정부가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 제공해 사회적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경우 FTA로 인한 갈등을 줄일 수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소는 FTA로 인한 피해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단위로 지원하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한·중 FTA 협상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지방자치단체와 모색하기 위해 16개 지자체가 참석하는 지역농정협의회를 개최한 바 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FTA 10년, 빛과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