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FTA 협정마다 다른 규정에 진땀…정부 지원금·컨설팅 이용 극소수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4-11-26 16:49 수정일 2014-11-26 19:17 발행일 2014-11-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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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10년, 빛과 그림자] ⑦ 대·중소 기업 차이<BR>관세혜택 받으려면 준비 필요한데…中企, 비용·여력 부족해 활용도 저하
FTA활용도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물론 최근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까지 타결하며 이들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은 유일한 나라가 됐다. 한때 FTA 지각생이었던 우리나라가 세계 3위의 경제 영토를 거느리게 된 것이다. 현재는 9건, 47개 나라와의 FTA를 발효한 상태다.

그러나 동시다발적으로 맺은 FTA는 한계도 가져왔다. 바로 ‘스파게티 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다. 스파게티 볼 효과란 협정마다 다른 기준과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 등이 스파게티 가닥처럼 복잡하게 얽혀 FTA 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현상을 일컫는다.

◇ 스파게티 볼 효과…중소기업 FTA 활용 못해

실제로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FTA를 활용률이 떨어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FTA 활용률은 57.3%다. 대기업은 76.9%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FTA 활용빈도에서도 기업 형태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직접 수출 기업은 61.8%지만, 협력 업체는 38.9%에 그쳤다.

중소기업연구원 이준호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연간 수출액이 1억원 이하인 기업이 전체 수출 기업의 절반 이상일 것”이라며 “이들 기업의 FTA 활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국내 기업 수 가운데 99%의 비중을 차지하고, 전체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FTA 활용도를 높이지 못한다면 FTA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경험·정보 부족에 행정비용 문제까지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협정마다 규정이 달라 복잡한 원산지 관리 문제와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부족한 점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해왔다. 특히 중소기업은 국제화 경험과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마케팅 정보를 얻고 판매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88%가 소기업”이라며 “원산지 증명을 해야 FTA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작은 기업체가 비용을 들여가며 복잡한 서류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은 FTA가 그들의 경영에 얼마나 이득이 될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적인 비용으로 인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서 FT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정책 활용이 곧 중소기업의 FTA 활용

중소기업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는 있다. 해외 시장의 정보를 알려주고, 국제 경영인과의 면담을 주선해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 또 무역조정지원제도를 통해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거나 컨설팅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중소기업은 극히 드물다.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상품의 질 또는 기술력을 높이거나 시장을 개척하는 등 FTA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금형 제조업체의 대표는 “기술만은 다른 어떤 업체보다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매달 직원 월급과 공장 임대료 내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수출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은 당장 먹고 살기 너무 바빠 직접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영향력이 큰 대중매체를 활용해 정책을 홍보하고, 교육을 통해 중소기업인의 의식을 일깨워 주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FTA 10년, 빛과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