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10년, 빛과 그림자] ⑦ 대·중소 기업 차이<BR>관세혜택 받으려면 준비 필요한데…中企, 비용·여력 부족해 활용도 저하
그러나 동시다발적으로 맺은 FTA는 한계도 가져왔다. 바로 ‘스파게티 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다. 스파게티 볼 효과란 협정마다 다른 기준과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 등이 스파게티 가닥처럼 복잡하게 얽혀 FTA 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현상을 일컫는다.
◇ 스파게티 볼 효과…중소기업 FTA 활용 못해실제로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FTA를 활용률이 떨어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FTA 활용률은 57.3%다. 대기업은 76.9%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FTA 활용빈도에서도 기업 형태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직접 수출 기업은 61.8%지만, 협력 업체는 38.9%에 그쳤다.
중소기업연구원 이준호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연간 수출액이 1억원 이하인 기업이 전체 수출 기업의 절반 이상일 것”이라며 “이들 기업의 FTA 활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국내 기업 수 가운데 99%의 비중을 차지하고, 전체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FTA 활용도를 높이지 못한다면 FTA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경험·정보 부족에 행정비용 문제까지그동안 중소기업들은 협정마다 규정이 달라 복잡한 원산지 관리 문제와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부족한 점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해왔다. 특히 중소기업은 국제화 경험과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마케팅 정보를 얻고 판매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88%가 소기업”이라며 “원산지 증명을 해야 FTA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작은 기업체가 비용을 들여가며 복잡한 서류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은 FTA가 그들의 경영에 얼마나 이득이 될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적인 비용으로 인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서 FT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정책 활용이 곧 중소기업의 FTA 활용중소기업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는 있다. 해외 시장의 정보를 알려주고, 국제 경영인과의 면담을 주선해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 또 무역조정지원제도를 통해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거나 컨설팅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중소기업은 극히 드물다.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상품의 질 또는 기술력을 높이거나 시장을 개척하는 등 FTA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금형 제조업체의 대표는 “기술만은 다른 어떤 업체보다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매달 직원 월급과 공장 임대료 내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수출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은 당장 먹고 살기 너무 바빠 직접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영향력이 큰 대중매체를 활용해 정책을 홍보하고, 교육을 통해 중소기업인의 의식을 일깨워 주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