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세계 47개국 관세장벽 낮춰…80억 달러 절감 효과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4-11-20 15:23 수정일 2014-11-20 18:07 발행일 2014-11-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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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10년, 빛과 그림자] ④ 관세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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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관세를 아예 없애거나 세율을 낮춰 상대국 시장에 접근하는 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FTA로 관세가 줄어들면 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자연스레 높아지는데, 이는 상품의 교역량이 늘고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는 효과를 낳는다. FTA를 맺으면 국가간 관세나 수입쿼터제도와 같은 무역 장벽이  철폐된다.

◇ 지난해 관세 절감 효과 79억9000만 달러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유럽연합(EU)·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포함 47개국과의 FTA를 발효 중이다. FTA를 100% 활용했을 경우 이들 나라와의 관세 장벽이 없어짐에 따라 얻은 관세 절감 효과는 지난해 기준 최대 79억9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세계무역기구(WTO)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자료를 토대로 FTA를 추진하지 않았다면 우리 수출에 대한 세계 시장의 관세 장벽이 연간 334억 달러에 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FTA를 통해 관세 장벽을 최대 254억 달러로 낮출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FTA가 확대되고 각 FTA의 관세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내리는 만큼 관세 절감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협상이 타결된 호주·캐나다·콜롬비아와의 FTA와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의 FTA까지 발효될 경우 관세 절감액은 큰 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역협회는 수출액에 따라 체감하는 관세 장벽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계산한 결과, 수출액을 가중한 평균 관세율이 2024년 4.37%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에는 4.65%,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에는 5.28%였다. 이를 통해 줄일 수 있는 관세 규모는 연간 최대 94억8000만 달러다. 여기에 호주·캐나다·콜롬비아와의 FTA가 발효되면 관세 절감액이 99억9000만 달러, 중국과의 FTA가 발효되면 207억7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관세율이 4.28%, 2.31%까지 낮아지는 것이다.

관세 절감 효과는 수출 규모가 큰 미국과 EU와의 FTA에서 크게 나타났다.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관세 절감 효과는 연간 최대 2000만 달러였고, 한·아세안 FTA가 발효된 2007년에는 5억 달러로 확대됐다. 한·EU 및 한·페루 FTA가 발효된 2011년에는 55억 달러,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에는 72억4000만 달러, 한·터키 FTA가 발효된 2013년에는 79억9000만 달러까지 관세를 줄일 수 있었다.

◇ 관세 절감액은 비가격 경쟁력도 높여

우리가 관세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은 칠레 승용차 수입시장에서다. 가격 경쟁력이 올라간 우리 승용차는 칠레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넘기며 1위 자리를 꿰찼다. 관세 절감은 비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절감액을 마케팅이나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면 그 효과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제현정 연구위원은 “관세 절감액을 마케팅에 투자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 FTA 상대국 수입시장에 다른 나라가 진입해도 시장 점유율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무역협정팀 김영귀 팀장도 “산업별로 차별화된 활용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비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한 산업은 (관세 절감액을) 마케팅이나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하는 데 쓰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입품의 관세 절감으로 인해 농·축산업과 같은 우리 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제 연구위원은 “품질이 우수하면 수입품이 싼 값으로 국내에 들어와도 타격이 적을 것”이라며 품질 개선을 이 문제의 해결 방향으로 제시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FTA 10년, 빛과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