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 대란에 이은 '중(中)란'… 스마트폰 시장에 단통법은 없었다

조은애 기자
입력일 2014-11-06 17:03 수정일 2014-11-06 18:39 발행일 2014-11-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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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 국내 상륙<YONHAP NO-0175>
이동통신3사가 아이폰6 대란에 대해 공식 성명서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대란에 이은 ‘중(中)란’이 온라인을 타고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 프리스비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연합)

“아이폰6 대란에 이은 중(中)란, 페이백 30만원에 탑승하세요.”

‘대란’(大亂)에 이어 이번엔 ‘중란(中亂)’이다.

지난 2일 서울 시내 새벽을 달궜던 아이폰6 대란에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음에도 ‘페이백’(단말기를 기존 할부원금에 구입한 뒤 몇 개월 후에 유통상이 고객 통장에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편법)은 여전히 기승하고 있다. 이동통신3사가 공식으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한 휴대폰 전문 사이트는 지난 2일 아이폰6 대란이 마무리된 직후인 3일부터 대란보다 한 단계 낮은 ‘중(中)란’을 시작했다. 대란이 페이백을 40만원 수준까지 지원해줬다면 중란은 20~30만원을 돌려주는 정도다.

‘중란’을 통해 아이폰6를 구입한 한모(27)씨는 “KT로 번호이동해 79요금제로 6개월 사용 조건으로 3개월 후 30만원을 돌려 받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KT에서 아이폰6 16기가바이트(GB)를 완전무한79 요금제로 구매하면 공시지원금 15만5000원과 대리점별 추가 15% 지원금 2만3200원이 빠져 총 단말기 구매가가 61만1600원에 책정돼 있다. 하지만 페이백 30만원을 돌려받으면 31만원에 아이폰6를 손에 넣는 것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있으나 마나라는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통3사의 사내유보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지난해 사내유보금은 15조9850억원, KT는 10조7320억원이다. 유보금 수준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가입자 유치를 위한 편법만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5일 이통3사는 아이폰6 시장 과열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경쟁사를 탓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KT는 아이폰6 과열과 관련, “아이폰 공급 사업자가 늘어남에 따라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높았다”라고 언급, LG유플러스가 애플 제품 시장에 뛰어든 점을 비꼬았다.

SK텔레콤은 “사업자간 과열 경쟁이 심해 이통시장 선도사업자로서 이를 대비하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1차적으로 타 경쟁사와 유통업계의 잘못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통업계는 페이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를 탓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종천 이사는 “이통사는 단말기 지원금(보조금)과 대리·판매점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판매장려금을 준다. 공시지원금이 낮고 판매장려금은 높은 상황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특정 판매점들이 판매장려금의 일부를 더 지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단통법 이후 판매량이 떨어짐에 따라 판매상들이 박리다매에 나섰다는 것이다.

단통법으로 요금이나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상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 유통업체의 문제들이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보조금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요금제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신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이통3사는 7일부터 단말기 보조금 상향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 하에서 한번 정해진 보조금은 최소 일주일은 유지돼야 하기에 지난 31일에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출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7일부터 보조금 조정이 가능하다.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상향조정의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는 만큼 시장에서의 기대도 크다.

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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