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선보상? 공짜아닌 '18개월 족쇄'

조은애 기자
입력일 2014-11-04 17:20 수정일 2014-11-04 19:53 발행일 2014-11-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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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눈속임 마케팅 조심
“18개월 뒤 중고폰이 될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선보상해 고객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 합니다.”

국내 주요 이동통신3사가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에 사활을 걸고 단말기 선보상 프로모션을 실시하면서 거의 공짜로 신규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18개월 대여서비스’다. 소비자는 이통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셈이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통신비는 줄어들어 부담이 낮춰지는 듯 보이지만 고객의 단말기 책임에 대한 부담은 증가하는 것이다.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각각 프리클럽, 스펀지 제로 플랜, 제로플랜 등 이름은 다르지만 서비스는 같은 18개월 중고 단말기 선보상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통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등 단말기를 구입할 때 18개월 뒤 반납을 조건으로 해당 단말기의 중고폰 가격을 18개월 전에 지급해 통신비를 절감해준다.

쉽게 말하자면 이통사가 18개월 뒤 중고폰이 될 현재의 최신 단말기를 미리 사두는 것이다. 이통사가 단말기를 미리 사뒀었으니 단말기의 실제 주인은 고객이 아닌 이통사가 된다. 고객은 단말기를 빌려 쓰는 셈이라 통상적으로 보면 사용료를 이통사에 지급해야 하는데 이통사는 이 사용료를 ‘선보상금’이라는 이름으로 고객에게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18개월 뒤 고객이 물건을 반납하지 않거나 파손이 생기면 미리 받은 선보상금을 5.9% 할부이자까지 더해서 12개월로 나눠 내야 한다.

가입 조건도 까다롭다. 18개월 동안 총 사용한 요금액이 80만원 이상(부가세 비포함)이거나 월 6만2000원 이상의 요금제를 선택해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단말기 외에 충전기 등 부속부품도 함께 반납해야 한다. 반납이 가능한 단말기의 상태도 최소 수준이 액정 등에 흠집이 난 수준부터라 작동 상태에서 작은 고장이 난 경우에도 고객이 직접 수리를 해서 반납해야 한다. 자칫하면 단말기 사용 18개월에 선보상금 할부납부 12개월까지 해서 30개월 동안 한 이통사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SK텔레콤의 프리클럽과 KT의 스펀지 제로 플랜은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갤럭시노트4, 갤럭시S5 광대역 LTE-A 등 단말기에 대해 적용이 가능하다. 중고가격은 시세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30만원선에서 책정된다. SK텔레콤은 10월 31일 기준으로 아이폰6과 갤럭시S5 광대역 LTE-A 34만원, 아이폰6플러스와 갤럭시노트4에 대해 35만원을 선보상해주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에 대해서 단말기 용량에 따라 32만~35만원 수준에 책정했다.

LG유플러스는 계약을 할 때부터 바로 선보상금이 적용되지만 SK텔레콤과 KT는 단말기와 요금제 계약 후 14일 이내에 따로 신청을 해야 한다. 선보상 프로모션 마감 날짜는 올해 12월 31일로 이통3사 모두 동일하다.

선보상 프로모션을 적용해 아이폰6를 구입하면 단말기 공시 지원금과 추가 15% 지원금에 선보상금까지 받으니 저렴하게 느낄 수는 있다. 실제로 LG유플러스 홈페이지에서 아이폰6 64기가바이트(GB)를 LTE62 요금제로 제로클럽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와 선택했을 때의 가격이 8만1180원, 6만6590원으로 약 1만4000원 정도 차이 난다.

하지만 18개월 뒤 자동으로 단말기를 반납하고 나면 다시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고 더 오래 사용하고 싶으면 선보상금을 할부로 납부해야 하는 등의 예상 불가능한 리스크를 고려하면 고객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조건의 제도가 아니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조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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