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 던져진 '왕년의 엘리트'가 기억해야 할 세가지

이대섭 드림컨설팅연구소 대표 기자
입력일 2014-10-27 13:24 수정일 2014-10-27 18:34 발행일 2014-10-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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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후 '왕년' 고집…정보 가진 후배들 점점 멀어져 대화 70% 경청을
자신 역량 모른채 남 따라하는 창업은 오래가기 힘들어
드림컨설팅연구소 이대섭 대표
이대섭 드림컨설팅연구소 대표

요즘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대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에서는 인건비가 높은 고참들에게 명예퇴직을 권하고 있다. 최근 8300명에게 명예퇴직금으로 1조4000억원을 지급한 KT가 대표적이다. 막대한 비용이었음에도 경영진 입장에선 그게 더 낫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을 것이다.

명예퇴직은 그럴 듯한 이름과는 달리 실상은 반 강제적으로 쫓겨나는 경우가 상당수다. 청춘을 바친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하고 밀려나는 왕년의 엘리트들. 이들이 받는 충격과 상처는 실로 대단하다.

‘그렇지만 그분들 명퇴금 두둑이 받았을 거고 원래부터 잘난 분들이었으니 뭘 해도 먹고 살지 않겠습니까?’라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처음엔 필자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내가 그분들의 진로설계를 도와주면서 경험해보니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오히려 조직에서 나온 왕년의 엘리트들이 루저(Loser)로 전락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왕년의 엘리트들이 루저로 전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그들이 야생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하지 않고 일을 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에서는 시키는 것만 잘하면 됐지만 야생에서는 본인이 최고로 잘하는 것을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즉, 핵심역량이 돈이 되는 곳이 야생이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거사를 벌이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 특히 남들이 먼저 시작한 수많은 치킨집, 커피숍, 음식점들이 잘된다 싶으면 권리금을 주고서라도 창업을 한다.

갈아탄 아이템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설령 성공한다 해도 언제까지 갈아타는 삶을 살 것인가. 언젠가는 야생으로 나와야 한다. 야생으로 나와 본인의 검으로 진검 승부를 해야 한다. 남의 검으로 몇 번은 이길 수 있지만 영원히 이길 수는 없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찾았는가? 그것을 돈을 받고 팔 수 있는가?’ 이것이 야생에서 요구하는 요건들이다.

야생의 본질을 이해했다면 그 후부터는 관계, 콘텐츠, 경청 등 세 가지 능력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관계 맺기가 불편한 사람은 이에 대한 불편함부터 극복해야 한다. 콘텐츠가 없는 사람은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본인이 선택한 영역의 젊은 후배들 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들로부터 많은 정보와 소스를 얻을 수 있다.

본인의 찬란했던 과거 조직생활을 과시하며 잘 들으려 하지 않거나 오히려 가르치려고만 한다면 후배들은 점점 멀어진다. 어린 후배들의 작은 아버지 입장에서 그들 말을 잘 들어줘야 정보와 소스를 얻을 수 있다. 상대가 70% 말할 때 본인은 30% 정도만 말하는 수준이 될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다. 그럼에도 이 세가지 능력은 기본 사항이다. 그때까지 반드시 기다려야 한다. 필자의 경우는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제2의 인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들의 진로상담을 하다 보면 그들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조직에서 나온 대한민국 가장들은 쉬는 법을 모른다. 야생에서도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착각을 한다. 야생에서는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다. 그보다 야생에 대한 본질 이해와 기본 역랑 준비가 먼저다.

이 같은 준비 없이 ‘내가 하면 잘될 거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본인과 맞지도 않는 일에 무턱대고 뛰어들면 피 같은 명퇴금을 날릴 수 있다. 명퇴나 업종 전환 같은 ‘위기 상황’도 중심을 잘 잡고 천천히 준비하면 얼마든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대섭 드림컨설팅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