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처럼 공공기관 관리할 독립기구 필요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4-10-23 16:23 수정일 2014-10-23 19:23 발행일 2014-10-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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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기강 해이, 도 넘었다] ⑤ 해결책·끝
공공기관의 기강 해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이 마련됐지만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체 303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최근 5년 동안 매 년 20조원에서 60조원까지 늘어났다.

정부는 △정보 공개 확대 △부채 관리 강화 △방만 경영 개선 등에 방향을 맞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내놨다. 공공기관의 부채·복리후생 등 모든 정보를 상세히 공개해 공공기관이 스스로 개선하도록 이끌 방침이다.

◇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 나눠라

최근 공공기관 부채 증가를 놓고 정부가 모든 책임을 공공기관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23일 “공공기관의 부채 가운데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것이라 판단되는 부분은 정부가 책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렇게 되면 정부가 어느 정도 지출을 하게 돼 경기 부양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고쳐야 할 점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임금이나 방만한 지출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이처럼 투 트랙으로 진행하는 것이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당위성뿐만 아니라 현실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김종석 교수도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기관이 그동안 주무부처의 정책을 집행하는 하부 기관이 돼 정부 예산을 우회하는 편법 경영도 했고, 4대강 사업에서 볼 수 있듯 일종의 오·남용이 있었다”며 “공공기관의 지배 구조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공공기관 대부분이 독·과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소위 ‘슈퍼 갑’의 행태를 보인 경우가 있다”며 “구조적으로 접근해 비효율적인 경영과 낙하산 인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정부 당국이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외국 사례에서 실마리를 찾자

김 교수는 “싱가포르항공을 포함한 싱가포르 국영기업은 세계 최고의 경영을 하고 있다”며 “싱가포르 국영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관리하는 지주회사 ‘테마섹 홀딩스’처럼 우리나라도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독립 기구나 지주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제부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정부의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기관 개혁 주체가) 공무원이라고 생각하는 한 경쟁력이나 서비스정신은 있을 수 없다”며 “민간 기업처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테마섹과 같이 우리나라 공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행정학회도 ‘공공기관 임원의 정치적 임명에 관한 연구’를 통해 “영국의 공직임용위원회나 하원공직선발위원회처럼 제도의 집행을 감시·감독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관의 설립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행정학회는 “우리나라 공공기관 임원의 대표경력은 법·제도적 요인(추천위원회 도입)보다 ‘대통령 교체’라는 정치적 상황에 의해 바뀌어 왔다”며 “개인의 자유재량에 의해 제도를 시행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반드시 시행되도록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3일 ‘공공재정 허위·부정청구 등 방지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재정 환수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은 공공재정에 대한 부정청구 등을 금지하고, 부정하게 얻은 이익은 전액 환수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23일 “공공기관이 허위·부정 청구한 것에 국가 재정이 잘못 지급된 부분을 바로 잡아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공공기관 기강 해이, 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