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국서 음주…기밀유출·금품수수에도 징계는 '견책'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4-10-19 16:15 수정일 2014-10-19 20:00 발행일 2014-10-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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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기강 해이 도 넘었다] ① 직원들 탈선
 제식구 감싸기에 비리 건수는 계속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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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기강 해이 수준이 도를 넘었다. 그동안 공공기관 부정부패가 심각해 비판받아 왔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런 행태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비리의 행태도 각양각색이었다.

한국전력기술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본부 수석급 직원 백모씨는 지난 7월 음주금지를 무시한 채 술을 마시고 함께 길을 나섰다가 동료의 교통사고를 막지 못해 징계를 받았다. 동료는 교통사고로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으며 백씨는 감사에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요구받았지만 인사위원회에서 견책으로 낮아졌다.

김천시 신사옥 공사에 파견된 책임급 직원 황모씨는 2013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하도급업체에서 수시로 골프접대를 받았다가 해임됐다. 또 다른 책임급 직원 전모씨 역시 골프 접대로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원자력발전소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업체로부터 2500여만원의 골프접대와 향응을 받아온 책임급 류모씨 등 직원 4명이 지난해 적발돼 해임과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앞서 책임급 직원 이모씨 역시 엔지니어 부서 하도급업체 직원에게 자신의 업무전산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줘 원자력발전기 중대사고 분석 계산서와 설계 등 159개의 자료를 유출시켰지만 견책의 징계에 그쳤다.

주임직원 조모씨는 부서회식 도중에 부하 여직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업무보조 여직원에게 성희롱을 포함한 풍기문란한 부적정 행위로 정직 6개월에 처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은 한국전력기술이 제출한 ‘직원 감사 및 징계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2년 동안 한국전력기술에서 징계 조치를 받은 직원은 해임 6명, 정직 2명, 감봉 4명, 견책 7명, 주의 38명, 경고 28명 등 85명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임 총무부 과장은 퇴직금 중간정산 대상을 조작해 공금을 횡령했다. 본인 8500만원, 다른 직원 6500만원 등 1억5000만원의 퇴직급여 중간정산금을 나눠가졌다. 심평원 직원은 현지조사를 나간 병원으로부터 조사 무마비용으로 명품 가방과 골프 접대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 인력 등을 허위 신고한 사실이 적발된 요양병원 이사장이 심평원 직원에게 공단의 아는 사람을 통해 환수금액을 줄여달라며 쇼핑백으로 현금 900만원을 준 사례도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에 따르면 심평원 직원 징계 인원은 2012년 4명에서 2013년 16명으로 전년 대비 4배 늘었다.

지방 공기업 직원의 비리도 빈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5년간 지방 공기업 직원의 금품 관련 비위는 137건으로 13억5111만원에 달한다. 한 달 평균으로는 2.5회에 걸쳐 공금을 횡령하고 금품과 향응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시 공기업이 전체의 56.6%를 차지해 지방 공기업 중 비리가 가장 많았다. 건수로는 76건, 금액으로는 7억6500만원의 비리가 서울 공기업에서 일어났다. 다음으로는 경기도에서 2억1600만원에 해당하는 23건의 비리가 발생했다. 이는 전체 중 16%를 차지한다. 인천 공기업의 비리 비중은 7.7%로 13건, 1억400만원이다. 지방 공기업의 금품 비리 10건 가운데 8건은 수도권에서 발생한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런 실상을 고치기 위해 ‘공공기관의 부패행위자 처벌 정상화’ 방안을 내놨지만 권고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 여전했다.

박 의원은 공공기관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부패 온정주의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도 “지방 공기업 직원들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등 구조적인 비리가 만연함이 확인됐다”며 “관계부처는 지방 공기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감찰과 강력한 처벌로 부정부패 척결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공공기관 기강 해이, 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