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때보다 늘어난 진골 관피아…취업신고제를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4-10-22 16:50 수정일 2014-10-22 19:04 발행일 2014-10-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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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기강 해이, 도 넘었다] ④ 낙하산 인사
주요 공기업 관피아
 

박근혜 정부 들어 30개 대형 공기업의 기관장은 절반이, 임원은 3명 중 1명이 관료 출신이다. 이들 가운데 직속 감독 부처 출신인 사람의 비중은 기관장이 80%, 임원의 경우에는 49%에 이르렀다. 2012년 관료 출신인 기관장 중 직속 부처 출신이 64.3%였던 이명박 정권 때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 들어 기관장급에 대한 직속 부처의 장악력이 더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낙하산
최근 기업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CEO스코어가 2012~2013년 국내 시장·준시장형 공기업 30곳의 기관장과 상임·비상임 이사, 감사 등의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임원 수는 333명이다. 이 중 34.5%인 115명이 관료 출신이다. 특히 관료 출신 임원 중 해당 공기업의 직속 감독 부처 출신은 56명으로 48.7%를 차지했다.

비직속 관료 출신인 임원은 2012년 76명(66.7%)에서 2013년 59명(51.3%)으로 줄었다. 그러나 직속 부처 출신은 38명에서 56명으로 20여명 늘어 ‘진골 낙하산’이라 볼 수 있는 직속 부처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임원 모두를 관료 출신 , 특히 직속 부처 인사로만 채운 곳도 한국관광공사·한국석유공사·대한주택보증·여수광양항만공사 등 4개 기관에 이른다.

관피아(관료+마피아) 비중이 가장 높은 공기업은 울산항만공사로, 임원 10명 중 7명이 국토해양부·해양수산부 등에서 요직을 지낸 인사들이었다. 임원의 63.6%가 관료 출신인 한국감정원과 60%가 관료 출신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뒤를 이었다.

관피아에 이어 각종 마피아 합성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마피아 합성어는 정피아(정치인+마피아)·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철피아(철도+마피아)는 물론 군피아(군대+마피아)·법피아(법조인+마피아)까지 20개가 넘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지난 16일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 인사 7명 중 5명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선피아(선거+마피아)’”라며 “선피아 낙하산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낙하산 인사가 넘치게 된 것은 이를 막을 마땅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산하기관(공공기관·공직유관단체), 협회, 조합, 재단, 연구원 등으로 재취업하는 퇴직 공직자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받지 않는다. 현재 중앙부처 4급 이상 퇴직 공직자의 경우에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근거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이들이 민간 기업 등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고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관료 출신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자리 등을 차지하면서 공공기관 기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은 “퇴직 공무원이 재취업할 때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며 “신고 대상도 산하기관의 경우 과장급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은 공공기관의 상임이사에 대한 외부인사 추천비율을 2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공공기관 기강 해이, 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