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 받을 수 있는 혜택·정보 꼼꼼히 챙겨라"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4-09-24 11:11 수정일 2014-09-24 19:40 발행일 2014-09-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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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업체 '남성 장벽' 깬 여성 CEO
고은정 퍼스트시큐리티 대표의 창업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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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퍼스트시큐리티의 고은정 대표

“지금은 100세 시대에요. 과거처럼 여자가 결혼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죠.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는 것, 저는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퍼스트시큐리티(대표 고은정)는 국내외 정치인, 연예인, 유명인사 등의 경호나 행사, 대회의 경비를 맡고 있는 경호·경비 전문 기업이다. 고은정 대표는 남성의 전형적인 사업이라고 여겨졌던 경호업계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카리스마, 전문성으로 무장해 틈새를 개척한 여성 CEO로 손꼽힌다.

2002년 설립 당시 동생인 고은옥 대표와 함께 회사를 시작한 고은정 대표는 “여성이 경호회사를 차린다는 것 자체가 블루오션이었다”고 말한다. 지금도 창업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당시 고은정 대표는 여성으로서 경호회사를 시작했다.

“당시 제 동생은 26세, 저는 31세였어요. 오랜 시간 운동을 했고 이쪽 업계에서 일해온 동생이 5년동안 준비해서 회사를 시작한다고 하더라구요. 처음에 동생은 현장을 뛰고 저는 경영을 도와주면서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이 경호업을 한다는 것에 신뢰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를 깨트리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하고 현장도 더 열심히 뛰면서 달려왔어요.”

처음에는 정말 멋모르고 사업을 시작한 것 같다며 웃는 고 대표. 그러나 실제 경영을 하면서 쉬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기댈 언덕 없이 부딪히고 깨지면서 사업을 이끌어 왔다면서 매 순간마다 수업료를 다 내가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세상에는 쉬운 일도, 공짜로 이뤄지는 일도 없습니다. 저 역시 살아오면서 단 한순간도 쉬운 적이 없었구요. 매 순간 치열하게 준비하고 공부하고 경험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제가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사회 규범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지름길로도 갈 필요가 있습니다. 경험이 가장 큰 재산이긴 하지만 매 순간마다 큰 손해를 입기보다 간접경험을 통해 배우면서 실패를 줄여가는 것이지요.”

고 대표는 특히 여성이 사업을 할 때 가장 힘 들 수 있는 부분으로 ‘자본’과 ‘정보’를 꼽았다.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사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자본이나 정보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를 강점으로 변화시키려면 여자이기 때문에 대우받아서는 안되지만 여자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과 장점들은 꼼꼼히 챙기고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그는 창업시 자본 부족의 어려움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정책을 잘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정부나 지자체, 기관에서 지원해주는 정책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저 역시 창업시에 여성경제인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여성창업자금을 지원받았어요. 특히 초기에 여성경제인협회의 여성CEO 양성 정책의 도움으로 임대료를 내지 않고 사무실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고 대표는 여성이 정보력이 약할 수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멘토를 많이 만들고 네트워크를 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멘토가 제 사업의 성공을 결정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거예요. 저는 감사하게도 주변에 저를 도와주시고 힘이 되 주시는 좋은 분들이 많았어요. 사업에 어려운 점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먼저 걸어간 선배들에게 연락해 관련 정보나 합리적인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합니다. 멘토는 많을 수록 좋은 것 같아요. ”

이와함께 그는 여성의 강점을 바탕으로 친화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와는 다르게 많은 여성CEO들이 현장에서 뛰고 있어요. 남녀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여성들이 더 실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죠. 과거처럼 남성 위주의 네트워크가 중시되는 사회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 자신이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한 친화력을 키워 네트워크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5월 고 대표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경호 CEO로서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그는 현재에도 기업경영과 함께 기업의 특강이나 교육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내가 걸어온 길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경험과 교훈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강단에 서는 일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