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속살보기] 한국IBM, 외부 인식은 좋지만... “외국계라는 환상을 버려라”

조은애 기자
입력일 2014-08-19 08:00 수정일 2014-08-27 11:11 발행일 2014-08-1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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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IBM은 ‘국제사무기기회사’라는 이름답게 다국적 기술 및 컨설팅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이다. IT분야 리딩기업으로서 최근에는 사물인터넷 분야에도 큰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IBM의 상황은 세계 시장의 IBM이 가진 위상과는 멀어 보인다.

전·현 직원이 기업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인 ‘잡플래닛(

www.jobplanet.co.kr)’에 18일까지 올라온 한국IBM에 대한 기업리뷰는 총 77건. 직원의 44.2%가 이 기업을 지인에게 추천하지만 기업 상황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렸다.

글로벌 교육기회나 해외 직원들과 협업할 기회가 많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IT에 종사하는 직원은 “입사한다면 한국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방법론에 기반한 IT 선도기업의 정제된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다”며 “보안 및 프로세스에 대해 잘 정리된 문서가 많고 외국 사례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관심만 가지면 충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에 대한 관리나 복지 부문에서는 낮은 평가가 이어졌다. 영업직에 종사하는 한 직원은 한국IBM의 전반적인 이미지에 대해 ‘빛 좋은 개살구’라고 정리했다. 장점으로 ‘100년 기업 등의 브랜드 네임밸류’를 꼽았지만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아서 나중에 이직할 때 좋다’는 회의적인 답변을 달았다. “기준도 체계도 없는 ERP(조기퇴직프로그램)을 4년도 안 된 직원에게 행한다”고 꼬집었다.

IT에 종사하는 직원은 ‘글로벌 기업에 대한 환상 금지’라고 언급했다. 그는 “외국계 기업이 복지가 좋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야근 수당이나 주말 특근 수당은 없다. 고객사에서 근무한다면 밥 먹듯이 야근을 해야 한다. 명절 상여금도 물론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회사라 경력사항에 이점이 생긴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복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대기업 평균적으로도 부족하다고 사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IT분야 종사자는 “80년대에도 주 5일 근무하는 등 예전엔 복지가 좋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복지가 줄어들기만 한다. 국내 대기업에 비해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직하기에 좋다는 점이 장점 아닌 장점으로 직원들 다수는 꼽았다. 현 경영직원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커리어를 위해 거쳐 가는 회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평했다. “글로벌 IT업계에서는 현존하는 전설이자 끝판왕인 회사”라 말했지만 “한국에서는 약한 가격 경쟁력이나 취약한 복지, 일부 부서는 부서 예산이 없어 회식도 갹출하는 현실”을 언급했다.

“고객을 최우선 순위로, 내부고객인 직원을 두 번째 순위로 두고, 주주가 마지막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한 영업직원은 경영진에게 직언했다. 복지수준을 높이고 원칙적인 인사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는 등의 의견이 뒤를 이었다.

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