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부재 100일] 이재용-부진-서현 '삼각편대'가 뜬다

최상진 기자
입력일 2014-08-12 13:20 수정일 2014-08-13 13:53 발행일 2014-08-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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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만난 래리 페이지<YONHAP NO-097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입원이 석 달째에 접어들며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후계구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회장의 입원 전부터 삼성의 후계구도는 분야별로 빠르게 재편돼 왔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에버랜드의 1대 주주로 이재용 부회장이, 2대주주로 이부진과 이서현 사장이 등재돼 있어 ‘전자부문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화학 및 건설부문은 이부진 사장, 패션부문은 이서현 사장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특히 삼성 SDS에 이어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발표는 ‘3세 경영 시대’의 신호탄과 같았다. 지난해 제일모직, 삼성 SDI, 삼성석유화학, 삼성자산운용 등의 사업재편에 이어 빠르게 진행된 후계작업이 에버랜드 상장을 통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개월간 가장 많은 움직임을 보인 건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 회장의 해외체류가 길어짐에 따라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왔던 그는 그룹의 안정화를 이끌어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애플과의 소송전을 정리한 것은 최대 성과로 손꼽힌다. 지난달 미국의 ‘앨런&코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팀 쿡 애플 CEO와 동석했던 이 부회장은 삼성과 애플의 관계 회복을 예고했다. 곧이어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해외 소송을 철회한다고 발표하고, 차세대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을 삼성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 쏟아지면서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큰 몫을 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 방한 시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비즈니스 면담을 함께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던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의 보상 협상을 진행하면서 폭 넓은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주주총회 참석<YONHAP NO-0772>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제공=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에 이어 화학과 건설 분야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 못지않게 두드러진 행보를 보일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2011년 호텔신라의 경영을 맡은 이부진 사장은 사업구조를 호텔과 식음료에서 면세점으로 교체했고, 34년 만에 전격적인 호텔 구조 변경을 단행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유통기업들과 끈질긴 경쟁 끝에 인천공항 루이비통 매장을 신라 면세점에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그 결과 호텔신라 주가는 삼성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3년 만에 3배 이상 뛰었다.

이부진 사장은 강력한 추진력 외에도 선행에 앞장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월 25일 택시기사 홍모씨가 운전미숙으로 장충동 신라호텔 정문을 들이받자 4억원가량의 배상금을 면책시켜주는 한편 “집을 방문해 사정이 어떤지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박수를 받기도 했다.

재계는 이를 바탕으로 이 사장에 대해 “이건희 회장을 빼다 박았다고 할 만큼 경영수완이 뛰어나고 각종 선행에도 적극적인 만큼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미지까지 갖추고 있다”며 “이런 모습 덕분에 이부진 사장을 ‘리틀 이건희’라고 부른다. 앞으로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바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청하는 이서현 부사장<YONHAP NO-0548>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연합)

막내인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전공을 살려 삼성의 디자인과 패션 사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 8.37%(20만9129주)를 보유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2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제일모직 경영에 나섰지만 지분이 없던 이서현 사장은 지난해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합병하면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게 됐다.

더불어 이서현 사장은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으로 미디어사업에도 관여하고 있어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룹 내 패션과 미디어 관련 사업은 그녀가 맡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