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부재 100일] 삼성 '비상경영'체제 핵심은

최상진 기자
입력일 2014-08-12 16:24 수정일 2014-08-13 08:24 발행일 2014-08-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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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작년동기대비 24.6%↓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 (연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삼성그룹 전체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감소에 따른 ‘어닝쇼크’ 충격이 만만치 않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재 이후 비상경영을 선언한 가운데 시스템과 관리를 강조하며 예정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 회장이 해외에 장기 체류하며 그룹 업무에 직접적으로 손대지 않은 만큼 ‘경영공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 3개월간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간의 사업 영역 구분도 거의 마무리에 다다른 것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부재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실적이 7조2000억원대에 그치는 ‘어닝쇼크’(실적충격)를 일으키며 그룹 전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매년 급증하던 모바일기기 판매가 주춤하면서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그룹 전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3분기를 앞두고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악화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신제품을 통해 무선사업 실적을 중점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당장 9월 3일 독일에서 ‘갤럭시 노트4’를 공개한다. 경쟁사인 애플이 9월 ‘아이폰6’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의 목표가 이뤄질 가능성은 불확실해졌다.

삼성전자, 난징 유스올림픽 스튜디오 개관
삼성전자의 중국 난징 유스올림픽 스튜디오 (제공=삼성전자)

그룹 내에서도 사업구조 개편과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자와 무선에 집중된 현재의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금융·화학 등 계열사 합병 및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 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후계구도와 연계된 개편 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삼성 SDI와 제일모직 소재 합병이 7월 1일 완료됐고,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인수한 삼성에버랜드는 7월 4일 회사 이름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은 11년 만에 삼성전기에 대한 경영진단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측은 실적 부진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업계는 경영진단이 다른 계열사로도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삼성의 핵심 사업들이 지난해 말부터 정체기를 겪고 있는 만큼 각 계열사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서초동 본사 인력의 15%를 현장에 배치했다. 아울러 출장비용을 20% 줄이고, 임원 해외출장시 단거리 비행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조치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물론 삼성중공업 임원진 등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 임원들은 성과급과 급여를 자진 반납하기도 했다.

/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