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 기자

편집부 기자

ospark@viva100.com

[데스크 칼럼] ‘원전 르네상스’ 또 역행할건가

박운석 산업IT부장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첫번째 경제정책은 단연 부동산일 것이다. 그 다음은 탈원전이 아닐까 싶다. 현 정부권력층의 탈원전에 대한 집착도는 마법에 홀린 사람처럼 집요했다. 소득주도 성장처럼 비판의 성역이었다. 부동산 정책이 청년들의 내집마련의 꿈을 좌절시켰다면 탈원전은 국가 핵심성장동력을 고갈시켰다. 비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느라 발전회사들이 허리가 휘어져도, 태양광·풍력시설로 온 국토가 황폐화되어도 남의 일처럼 여겼다. 월성 원전 수사대상자인 박원주 전 특허청장을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한 것은 탈원전 수호의 ‘끝판왕’이었다.요지부동의 정부의 탈원전도 에너지위기 극복이라는 글로벌 아젠다 앞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여기에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원전의 등판이 불가피하다는 게 핵심이다. 주요국은 잇따라 원전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신규 원전건설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과 영국도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에 본격 나섰다. 중국은 향후 15년간 150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아예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가들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보고서에 ‘원전확대’를 명시했다. 국제사회가 일제히 원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탈원전만 고집해온 우리로서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있다.다행스럽게 국내에서도 ‘원전 불가피론’이 움트기 시작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이 최근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원전 확대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특정 전원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이거나 비판적인 논의가 형성돼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신재생에너지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결정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달 국회 국감장에서 “원자력은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면서 “신한울 3·4호기 원전건설이 재개돼 원전생태계에 숨통을 틔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탄소중립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까지 냈다고 한다.에너지공기업 사령탑으로서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말을 한 것이다.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할 일도, 애써 말의 진의를 강조할 일도 아니다. ‘원전 르네상스’라는 세계적 흐름이 이미 안방 문지방까지 넘어섰는데 지금 와 아니라 한들 누가 믿겠는가. 이왕에 화두를 던졌으니 이참에 탈원전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에너지대계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탈원전 반대의견이 찬성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여론조사가 나왔고, 에너지전문가들도 ‘2050 재생에너지 비율 최대 71%, 원전비율 6~7%’라는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이 비등하다.대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정권의 에너지정책만큼은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권재창출이든, 정권교체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누가 집권해서 어떤 정책을 펼치든 간에 적어도 앞으로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멀쩡하게 돌아가던 원전이 하루아침에 적자발전소로 둔갑해 조기폐쇄 되고, 공사중인 원전은 갑자기 중단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석탄발전 감축과 전력안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원전 재가동 밖에 답이 없다. 원전은 판도라상자에서 나오는 괴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상생의 존재이고 현실이다.박운석 산업IT부장 ospark@viva100.com

2021-11-16 10:26 박운석 기자

[데스크 칼럼] 반도체 전쟁, 눈치만 보고 있을건가

박운석 산업IT부장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달도 안된 올해 2월 24일. 그는 백악관 참모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못 하나가 없어서 편자(horseshoe)가 사라졌고, 편자가 없어서 말을 잃었다. 말이 없어 전쟁에서 졌다. 결국 왕국은 망했다.” 그의 손에는 손톱 만한 작은 반도체가 들려 있었다. 표정은 비장했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반도체 등 4개 품목의 공급망보고서를 작성하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백악관은 그 뒤 수없이 글로벌 기업 대표들을 불러 모아놓고 공급망 재구축을 역설했다. 삼성전자도 이 자리에 세 차례나 불려갔다. 미국이 필요한 반도체는 전량 자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게 최근 3년치 매출과 원자재 및 장비 구매현황, 고객정보 등 핵심 정보를 11월 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해 무리를 빚고 있다. 당연히 지나친 시장개입, 자유무역질서 훼손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관련 기업들이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뒤늦게 ‘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만들어 민·관 공동대응에 나선다고 했지만, 회의 한 두 번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남은 한달간 민간은 민간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외교채널을 총동원해야 한다.미국이 반도체동맹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자국 산업 생태계 보호다. GM·포드 등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줄줄이 공장을 멈췄다. 차량용 뿐 아니라 반도체 부족현상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가 붕괴되면 도미노 현상으로 연관산업 전체가 붕괴되기 때문이다.또 하나는 안보다. 특히 반도체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첨단산업 뿐 아니라 통신장비, 로봇, 자율주행차,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장비의 핵심이다. 특히 최첨단 무기에 장착되는 반도체는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안보전략자산으로 분류돼 통제를 받는다. 이를 놓치면 미래 기술패권 경쟁에서 속절없이 밀리고 궁극적으로 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망 보고서 작성명령은 중국에 대한 선전포고인 동시에 세계 기술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신호다.글로벌 공급망이 중요이슈가 되는 이유는 반도체 칩 하나를 설계해 완제품을 생산하기까지 국경을 수십 차례 넘어야 할 정도로 분업화가 복잡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설계-제조-후공정(조립·테스트·패키징) 단계를 거치는데, 미국은 설계부문만 주도하고, 생산과 후공정은 대만·한국·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의존한다. 미국 생산량은 12%에 불과하다. 70% 이상이 동아시아에 집중돼있다.미·중(G2)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제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시장이 없으면 설 땅이 없어지듯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대로 순순히 따라서도 안된다.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간(肝)까지 바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더욱이 강대국의 ‘힘의 논리’가 국제 자유무역질서를 앞서게 할 순 없다. 수십 년 간 땀 흘리며 공부해 온 우등생의 답안지를 통째로 바치라는 미국의 요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편자’가 어찌 미국에서만 귀중하겠는가.박운석 산업IT부장 ospark@viva100.com

2021-10-05 13:58 박운석 기자

[데스크 칼럼] HMM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

박운석 산업IT부장“가족과 떨어진 채 하루 10시간 이상을 휴일과 퇴근도 없이 몇 년간 일했는데, 파업도 못하게 하고, 처우개선까지 못해준다니 우리는 천상 선상노예….”HMM 해원연합노조 전정근 위원장의 절규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국적선사인 HMM 선원노조가 지난 23일 파업을 의결했다. 1976년 창사이래 첫 파업이며, 2016년 한진해운 사태이후 5년 만의 물류대란이 임박해 있다. 선원노조에 이어 선적 및 하역 등을 관리하는 육상노조까지 파업에 돌입한다면 그 파장과 후유증은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치명적이다. 특히 3분기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글로벌 물동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라 더욱 그렇다. 기업들은 물동량이 많아 해운운임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수출화물을 실어 나를 선박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노사간 교섭내용을 들여다보면 양측 간 의견차이가 그리 커보이지는 않는다. 사측이 24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해상직의 경우 평균임금 7560만원에 임금 및 수당, 격려금, 생산성 격려금 등을 합쳐 1억1561만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인당 평균 1억3500만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측간 격차는 약 2000만원. 이를 조합원수 450명을 곱하면 약 9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좁히지 못하고 파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한다면, HMM 노사는 물론 주채권은행인 산은까지 무능과 무책임이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직원들의 급여를 보면 노조가 파업이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하게된다. HMM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HMM 직원들이 받은 평균 급여는 3435만원, 연간 6870만원이다. 동종업계 중소 선사와 비교해도 2000만원 이상 적다고 한다. 그래도 이들은 ‘국적선사의 직원’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혹독한 근무여건과 구조조정의 폭풍을 뚫고 견뎌왔다.  그런데도 사측은 2016년 이후 HMM 정상화를 위해 약 6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돼 큰 폭의 임금인상은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임단협 이슈는 노사간 해결할 문제이지 우리가 개입할 수 없다”며 한 발 빼는 듯한 발언을 해왔다. 산은 관계자는 “HMM 노조가 단기실적을 명분으로 기본급을 경쟁사인 현대글로비스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게 핵심인데 국민 혈세가 약 7조원이나 들어간 관리회사와 정상기업이 어떻게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느냐”고 강변한다. 그 주장과 입장이 틀린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HMM이 갖고 있는 국가 경제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교섭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일각에서 산업은행이 자기 잇속만 챙기면서 직원들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비난이 거세고, 사측도 지나치게 주채권은행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봐야 한다.산은과 사측은 '경제파탄 임박'이라는 현 상황의 위기의식을 갖고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한다. 노조도 사측의 교섭태도에 따라 쟁의행위를 철회하겠다고 했으니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으면 한다. 소관부처인 해수부도 HMM 선원들의 피맺힌 절규에 귀 기울이면서 해운산업 재건계획이 공허함 속에 요란만 떨고 있는 건 아닌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박운석 산업IT부장 ospark@viva100.com

2021-08-24 12:00 박운석 기자

[데스크 칼럼] 너무 일찍 쏘아 올린 K-방역 축포

박운석 산업IT부장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 날인 12일 저녁, 서울 도심은 평소보다 차량과 인파가 확연히 줄었다. 음식점 골목은 한산했고, 노점상은 자취를 감췄다. 아예 여름 휴가라는 쪽지를 붙이고 문을 닫은 가게도 보였다. 저녁 6시 이후 3명 이상 모일 수 없으니 사실상 ‘저녁 통금’이 시행된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의 밤은 이렇듯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적(靜寂)만 쌓여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짧고 굵게 끝내자’고 했지만, 확산세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더 이상 희망 고문에 넘어갈 국민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7월부터 모임 인원을 4인에서 6인 이하로 완화하고, 하반기부터는 전국의 초중고교의 등교수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외여행도 단체 관광부터 재개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터널 끝이 보인다”며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당시 상당수 전문가들은 낮은 백신 접종률,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볼 때 정부의 방역완화 조치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정부는 무시했다.  이날부터 50대의 백신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됐다.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예약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확보된 백신도 반나절만에 동이 났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수급 물량을 사전에 예고하든가, 연령을 더 세분화해 예약대상을 줄였어야 했다며 주먹구구식 방역 행정에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이러니 방역현장의 혼선은 불보듯 뻔한 것. 실내 체육 시설의 경우 규정된 리듬 속도에 맞는 음악을 골라서 틀어야 한다. 빠른 리듬의 음악은 안되고 적당히 빠른 음악은 된다고 한다. 일부 외국 언론은 이를 조롱거리로 삼았다. 음악도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하니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샤워장 운영이 두고도 논란이다. 마스크를 쓰는 헬스장은 샤워실 사용이 불가능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수영장이나 골프장은 샤워실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비과학적인 탁상행정이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들을 곤혹스럽게하고 있다.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택시 탑승을 제한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만원 버스나 전철, 기차는 놔두고 택시만 제한하는 대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스러워하고 있다. 이제 코로나19는 오후 6시 이후, 서로 알고 지내는 세 사람 이상 모이는 곳에서만 창궐하는 전염병으로 개념이 바뀌었다.4차 대유행은 정부의 '조급증'이 불러온 참사다. 그 책임을 2030세대로 전가하려다 청년들의 분노를 샀다. 전문가들은 6월 말부터 백신 접종률이 급감하고, 정부가 성급하게 방역 조치를 느슨하게 한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백신 접종률을 더 끌어 올렸으면 대유행을 조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 국민적인 마스크 쓰기, 자발적인 거리 두기 참여로 방역 모범국으로 부러움을 샀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백신 최빈국, 최악의 방역 규제 국가로 추락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 나라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각종 여가 활동을 즐기는데 우리는 백신 부족과 ‘위험한 가을’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정부 탓만하고 있을 순 없다. 고통스럽더라도 결국 이 상황에서는 다시 한 번 ‘일상 멈춤’에 동참하는 방법 외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4단계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정부 계획대로 8~9월 중 총 7000만회 분의 백신이 들어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니 풀어진 긴장감을 조이고 개인방역에 조금만 힘쓴다면 4차 대유행도 멀찌감치 달아나리라 확신한다.   박운석 기자 ospark@viva100.com

2021-07-13 12:04 박운석 기자

[데스크 칼럼] 이재용의 '빈자리'

박운석 산업IT부장관가에서는 5·21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한반도 평화, 백신 파트너십, 미사일 주권을 꼽으며 자축하고 있다. 백신 스와프가 빠져 아쉬운 점도 있지만 나름 의미와 성과가 있었다.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무엇일까. 혈맹(血盟)이어서일까. 탁월한 우리 외교력 덕분일까. 철저한 자국중심주의를 내세우는 미국의 논리로 볼 때 어림없는 얘기다. 이번 회담의 공(功)은 단연코 기업으로 돌려야 한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이 미국에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무려 44조 원(394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보따리’를 푼 덕분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그린 뉴딜정책에 우리 기업들이 화답하고 나섰으니 한국 정상을 소홀히 대할 순 없었을 것이다.정상회담을 끝낸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6명의 한국 기업인을 일으켜 세운 뒤 “함께 대단한 일 하자”며 세 번씩이나 “생큐”를 연발했다. 한국 CEO들이 한·미 정상회담의 ‘주인공’으로 부각된 순간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不在)다. 김기남 부회장이 대석했지만 이날 따라 이 부회장의 빈자리는 유난히 커 보였다. 삼성이 내놓은 투자규모도 그러하지만 양국 정상이 함께 한 자리에 한국 대표기업의 수장도 함께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이재용 사면론’은 정상회담 전부터 정·재계의 뜨거운 논제가 됐다. 일부 지자체와 지역상공회의소, 종교계, 경제5단체, 미국상공회의소까지 나서 사면을 건의했다. 우리 국민 70~80% 정도가 사면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잇따랐다. 청와대와 여권에서 긍정적인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사면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8.15 특사’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하지만 사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는 게 현실이다. 사법정의를 내세우는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필요악’이라고 한다. 한편에선 대통령에게 초법적인 사면권을 부여한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화합과 통합을 위한 ‘통큰 정치력’을 발휘하라는 헌법적 명령으로 해석하기도 한다.세계는 지금 미·중간 반도체 전쟁에 이어 백신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과 대만이 ‘반도체 재건’ 기치를 내걸고 삼성 견제에 나섰다. 당장 반도체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릴 조짐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안주할 수만 없는 노릇이다. 반도체의 경우 ‘라이프사이클’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금방 시장에서 밀리게 된다. 코로나 백신문제의 해법을 찾는데도 삼성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와 백신 생산계약을 체결했다. 이 부회장의 등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2일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4대 그룹 총수들과의 오찬을 함께한다. 경제외교 채널을 풀 가동시켜 이번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준 기업인들에 감사하는 자리라고 한다. 어렵게 자리가 만들어졌으니 이 부회장의 ‘빈자리’(사면)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갔으면 한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큰 선물보따리를 안겼듯이, 이제는 문 대통령이 ‘통큰 결단’으로 우리 기업들에게 화답할 차례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지지 세력과 자신의 정치철학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용기다.박운석 산업IT부장 ospark@viva100.com

2021-06-01 13:39 박운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