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너무 일찍 쏘아 올린 K-방역 축포

박운석 기자
입력일 2021-07-13 12:04 수정일 2021-07-14 10:15 발행일 2021-07-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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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2 박운석(수정)
박운석 산업IT부장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 날인 12일 저녁, 서울 도심은 평소보다 차량과 인파가 확연히 줄었다. 음식점 골목은 한산했고, 노점상은 자취를 감췄다. 아예 여름 휴가라는 쪽지를 붙이고 문을 닫은 가게도 보였다. 

저녁 6시 이후 3명 이상 모일 수 없으니 사실상 ‘저녁 통금’이 시행된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의 밤은 이렇듯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적(靜寂)만 쌓여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짧고 굵게 끝내자’고 했지만, 확산세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더 이상 희망 고문에 넘어갈 국민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7월부터 모임 인원을 4인에서 6인 이하로 완화하고, 하반기부터는 전국의 초중고교의 등교수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외여행도 단체 관광부터 재개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터널 끝이 보인다”며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당시 상당수 전문가들은 낮은 백신 접종률,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볼 때 정부의 방역완화 조치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정부는 무시했다.  

이날부터 50대의 백신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됐다.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예약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확보된 백신도 반나절만에 동이 났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수급 물량을 사전에 예고하든가, 연령을 더 세분화해 예약대상을 줄였어야 했다며 주먹구구식 방역 행정에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이러니 방역현장의 혼선은 불보듯 뻔한 것. 실내 체육 시설의 경우 규정된 리듬 속도에 맞는 음악을 골라서 틀어야 한다. 빠른 리듬의 음악은 안되고 적당히 빠른 음악은 된다고 한다. 일부 외국 언론은 이를 조롱거리로 삼았다. 음악도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하니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샤워장 운영이 두고도 논란이다. 마스크를 쓰는 헬스장은 샤워실 사용이 불가능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수영장이나 골프장은 샤워실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비과학적인 탁상행정이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들을 곤혹스럽게하고 있다.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택시 탑승을 제한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만원 버스나 전철, 기차는 놔두고 택시만 제한하는 대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스러워하고 있다. 이제 코로나19는 오후 6시 이후, 서로 알고 지내는 세 사람 이상 모이는 곳에서만 창궐하는 전염병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4차 대유행은 정부의 '조급증'이 불러온 참사다. 그 책임을 2030세대로 전가하려다 청년들의 분노를 샀다. 전문가들은 6월 말부터 백신 접종률이 급감하고, 정부가 성급하게 방역 조치를 느슨하게 한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백신 접종률을 더 끌어 올렸으면 대유행을 조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 국민적인 마스크 쓰기, 자발적인 거리 두기 참여로 방역 모범국으로 부러움을 샀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백신 최빈국, 최악의 방역 규제 국가로 추락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 나라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각종 여가 활동을 즐기는데 우리는 백신 부족과 ‘위험한 가을’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정부 탓만하고 있을 순 없다. 고통스럽더라도 결국 이 상황에서는 다시 한 번 ‘일상 멈춤’에 동참하는 방법 외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4단계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정부 계획대로 8~9월 중 총 7000만회 분의 백신이 들어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니 풀어진 긴장감을 조이고 개인방역에 조금만 힘쓴다면 4차 대유행도 멀찌감치 달아나리라 확신한다.   

박운석 기자 os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