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원전 르네상스’ 또 역행할건가

박운석 기자
입력일 2021-11-16 10:26 수정일 2021-11-16 10:32 발행일 2021-1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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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2 박운석(브릿지데스크칼럼)
박운석 산업IT부장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첫번째 경제정책은 단연 부동산일 것이다. 그 다음은 탈원전이 아닐까 싶다. 현 정부권력층의 탈원전에 대한 집착도는 마법에 홀린 사람처럼 집요했다. 소득주도 성장처럼 비판의 성역이었다. 부동산 정책이 청년들의 내집마련의 꿈을 좌절시켰다면 탈원전은 국가 핵심성장동력을 고갈시켰다. 비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느라 발전회사들이 허리가 휘어져도, 태양광·풍력시설로 온 국토가 황폐화되어도 남의 일처럼 여겼다. 월성 원전 수사대상자인 박원주 전 특허청장을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한 것은 탈원전 수호의 ‘끝판왕’이었다.

요지부동의 정부의 탈원전도 에너지위기 극복이라는 글로벌 아젠다 앞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여기에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원전의 등판이 불가피하다는 게 핵심이다. 주요국은 잇따라 원전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신규 원전건설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과 영국도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에 본격 나섰다. 중국은 향후 15년간 150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아예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가들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보고서에 ‘원전확대’를 명시했다. 국제사회가 일제히 원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탈원전만 고집해온 우리로서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있다.

다행스럽게 국내에서도 ‘원전 불가피론’이 움트기 시작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이 최근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원전 확대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특정 전원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이거나 비판적인 논의가 형성돼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신재생에너지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결정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달 국회 국감장에서 “원자력은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면서 “신한울 3·4호기 원전건설이 재개돼 원전생태계에 숨통을 틔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탄소중립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까지 냈다고 한다.

에너지공기업 사령탑으로서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말을 한 것이다.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할 일도, 애써 말의 진의를 강조할 일도 아니다. ‘원전 르네상스’라는 세계적 흐름이 이미 안방 문지방까지 넘어섰는데 지금 와 아니라 한들 누가 믿겠는가. 이왕에 화두를 던졌으니 이참에 탈원전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에너지대계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탈원전 반대의견이 찬성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여론조사가 나왔고, 에너지전문가들도 ‘2050 재생에너지 비율 최대 71%, 원전비율 6~7%’라는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대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정권의 에너지정책만큼은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권재창출이든, 정권교체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누가 집권해서 어떤 정책을 펼치든 간에 적어도 앞으로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멀쩡하게 돌아가던 원전이 하루아침에 적자발전소로 둔갑해 조기폐쇄 되고, 공사중인 원전은 갑자기 중단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석탄발전 감축과 전력안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원전 재가동 밖에 답이 없다. 원전은 판도라상자에서 나오는 괴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상생의 존재이고 현실이다.

박운석 산업IT부장 os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