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HMM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

박운석 기자
입력일 2021-08-24 12:00 수정일 2021-08-26 08:39 발행일 2021-08-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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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2 박운석(브릿지데스크칼럼)
박운석 산업IT부장

“가족과 떨어진 채 하루 10시간 이상을 휴일과 퇴근도 없이 몇 년간 일했는데, 파업도 못하게 하고, 처우개선까지 못해준다니 우리는 천상 선상노예….”

HMM 해원연합노조 전정근 위원장의 절규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국적선사인 HMM 선원노조가 지난 23일 파업을 의결했다. 1976년 창사이래 첫 파업이며, 2016년 한진해운 사태이후 5년 만의 물류대란이 임박해 있다. 

선원노조에 이어 선적 및 하역 등을 관리하는 육상노조까지 파업에 돌입한다면 그 파장과 후유증은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치명적이다. 특히 3분기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글로벌 물동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라 더욱 그렇다. 기업들은 물동량이 많아 해운운임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수출화물을 실어 나를 선박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노사간 교섭내용을 들여다보면 양측 간 의견차이가 그리 커보이지는 않는다. 사측이 24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해상직의 경우 평균임금 7560만원에 임금 및 수당, 격려금, 생산성 격려금 등을 합쳐 1억1561만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인당 평균 1억3500만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측간 격차는 약 2000만원. 이를 조합원수 450명을 곱하면 약 9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좁히지 못하고 파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한다면, HMM 노사는 물론 주채권은행인 산은까지 무능과 무책임이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직원들의 급여를 보면 노조가 파업이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하게된다. HMM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HMM 직원들이 받은 평균 급여는 3435만원, 연간 6870만원이다. 동종업계 중소 선사와 비교해도 2000만원 이상 적다고 한다. 그래도 이들은 ‘국적선사의 직원’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혹독한 근무여건과 구조조정의 폭풍을 뚫고 견뎌왔다.  

그런데도 사측은 2016년 이후 HMM 정상화를 위해 약 6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돼 큰 폭의 임금인상은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임단협 이슈는 노사간 해결할 문제이지 우리가 개입할 수 없다”며 한 발 빼는 듯한 발언을 해왔다. 산은 관계자는 “HMM 노조가 단기실적을 명분으로 기본급을 경쟁사인 현대글로비스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게 핵심인데 국민 혈세가 약 7조원이나 들어간 관리회사와 정상기업이 어떻게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느냐”고 강변한다. 

그 주장과 입장이 틀린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HMM이 갖고 있는 국가 경제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교섭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일각에서 산업은행이 자기 잇속만 챙기면서 직원들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비난이 거세고, 사측도 지나치게 주채권은행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봐야 한다.

산은과 사측은 '경제파탄 임박'이라는 현 상황의 위기의식을 갖고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한다. 노조도 사측의 교섭태도에 따라 쟁의행위를 철회하겠다고 했으니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으면 한다. 소관부처인 해수부도 HMM 선원들의 피맺힌 절규에 귀 기울이면서 해운산업 재건계획이 공허함 속에 요란만 떨고 있는 건 아닌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박운석 산업IT부장 os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