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고 있는 30대 ‘패닉바잉’…서울 중저가 아파트 신고가 경신

문경란 기자
입력일 2020-08-10 15:19 수정일 2020-08-10 17:23 발행일 2020-08-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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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30대 패닉바잉으로 중저가 단지 위주로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에도 불안감에 쫓겨 집을 사는 이른바 30대의 ‘패닉 바잉(공황구매)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집값이 안정화 될 것이라는 정부 말을 믿고 기다리고 있던 무주택자와 젊은 층들이 급등하는 아파트값을 보면서 지금 사놓지 않으면 평생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결과다. 특히 3040 젊은 층들이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중저가 단지들을 중심으로 매수 거래가 활발하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3601건으로 전달(1258건)보다 2.9배 늘어났다. 이 중 30대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체 매입 거래(1만1106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4%로, 전달보다 3.4%P 증가했다. 이는 기존 주택 시장의 큰손이던 40대(27.8%)의 매수 비중보다 4.6%P 높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거래를 자치구별로 보면 30대가 주로 매수한 곳은 서울 외곽 지역으로 노원구(419건)가 가장 많았다. 뒤이어 강서구(277건), 구로구(256건), 성북구(206건), 강동구(198건) 등 순으로 거래량이 많았다.

실제 서울 지역의 6억 이하 중저가 아파트들이 잇따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6억 이하는 집값의 5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일 경우 LTV(담보인정비율) 50%, 5억원 이하면 7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6억원을 초과하면 LTV 40%가 적용된다.

이처럼 30대가 아파트 매수에 적극 나서면서 중저가 아파트, 빌라 등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등촌주공3단지 전용 37㎡이 지난달 14일 5억8000만원(13층)에 실거래 신고 됐다. 이 단지는 작년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반년 간 4억8000만~5억원 선에 거래됐던 곳이다. 등촌주공2단지 전용 41㎡ 역시 17일 5억5000만원(13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 했지만, 당분간 패닉바잉을 잠재울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기간 내에 서울 도심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한정돼 있고, 대기 수요보다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급 대책의 상당수가 공공임대나 공공분양으로 편성되면서 시장에서 원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시장의 추격 매수와 패닉 바잉을 멈추기 위해서는 시장에 매물이 넘쳐야 하지만, 매물 부족으로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경란 기자 mg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