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탈중국 행보…韓 기업 엑소더스 신호탄?

지봉철 기자
입력일 2020-08-03 15:03 수정일 2020-08-03 15:04 발행일 2020-08-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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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자사의 유일한 노트북·PC 생산기지인 중국 장쑤성 쑤저우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관련 업계는 글로벌 기업들의 미·중 간 패권 전쟁을 고려한 공급망 점검·조정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3일 전자업계와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체제 효율화 등을 이유로 쑤저우 공장 PC 조립·생산 라인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측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해당 시설은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002년 설립한 쑤저우 PC 공장은 2005년부터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컴퓨터 제조공장으로 운영됐다. 2012년에는 65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이 근무했으며, 수출액 43억달러(약 5조1000억원)로 중국에서 수출 규모 20위권 안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까지 수출액이 감소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에 대해 중국 왕이닷컴 등 현지 언론은 “삼성전자 제품이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 생산라인 폐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2년 사이 중국에서 총 4개의 생산라인을 철수하게 됐다. 2018년 4월과 12월에 선전·톈진에 있는 스마트폰 공장을 철수했고, 지난해 10월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기지였던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때문에 삼성전자 쑤저우 공장을 신호탄으로 다른 국내 기업의 탈중국 움직임이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계기로 과도한 중국 경제 의존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탈피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제번영 네트워크(EPN)’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중국 투자나 수출 자체가 급감할 수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쑤저우 PC 공장의 생산 중단은 인건비 상승과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중국이 조립 및 제조 분야에서 이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탈 세계화 경향이 확대하면서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을 베트남 등으로 넓혀 특정 국가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식도 자리잡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 쑤저우 공장은 컴퓨터 조립·생산 산업이므로 다른 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종별로 구체적 상황이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은 PC 공장을 철수하지만 시안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등 반도체는 지속해서 투자하고 있다. LG 역시 최근 광저우에 대규모 디스플레이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