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김민경 위해 무릎 꿇은 ‘운동뚱’ 이영식PD "미의 기준은 자신에게 있죠"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0-07-28 18:00 수정일 2020-07-28 18:00 발행일 2020-07-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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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작소] 웹예능 '운동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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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오늘부터 운동뚱’ 연출자 이영식PD (사진제공=코미디TV

“볼수록 국대를 잃어버린 기분” “대한민국은 김민경이란 보물을 알아보지 못해 한 분야의 메달을 놓치게 되었다” “태릉이 한탄한 재능”

웹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의 댓글란은 청정지역이다. ‘운동뚱’의 주인공인 개그우먼 김민경(39)도 “요즘 댓글 읽는 재미에 산다”에 함박웃음을 지을 정도다.

‘운동뚱’은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이하 맛녀석)의 5주년 프로젝트로 기획된 스핀오프물이다. 5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의 맛집을 찾아다니느라 10Kg 이상 살이 찐 유민상을 비롯해 김준현, 문세윤, 김민경 4명의 멤버들이 “운동해서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바람을 담아 10부로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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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운동뚱’의 한장면 (사진=유튜브화면캡처)
하지만 막상 포문을 연 ‘운동뚱’은 김민경의 숨겨진 재능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을 유튜브 앞으로 불러 모았다. 체스트프레스 80㎏, 레그익스텐션 196㎏, 레그프레스 340㎏을 거뜬하게 들어 올리는 김민경의 놀라운 운동능력에 웬만한 남자들도 혀를 내둘렀고 제작진은 ‘모태 근수저’라는 자막으로 화답했다.

뿐만 아니다. 날씬한 여성의 대명사처럼 여겼던 필라테스 수업에서도 분절, 고잉업 프론트와 같은 고난이도 자세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정작 김민경 자신은 “이게 잘하는 건가요?”라고 연신 되묻지만 ‘잘 해내고 마는’ 김민경에게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운동 뒤 닭가슴살 샐러드, 단백질 셰이크만 먹는 여느 다이어터와 달리 ‘맛있는 녀석들’ 못지않은 왕성한 입맛을 자랑한다. 자장면, 꽃등심, 삼겹살, 치킨, 피자…다이어터라면 쳐다보지도 않을 기름진 음식을 입 안 가득 밀어 넣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입맛을 다시게 된다.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운동한 덕분에 데뷔 12년만에 처음으로 패션화보를 촬영했고 화장품 CF까지 출연했다. 그야말로 제1의 전성기가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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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오늘부터 운동뚱’ 연출자 이영식PD (사진제공=코미디TV)

김민경의 재능을 발견한 ‘운동뚱’의 이영식PD는 “앞으로 5년은 더 건강하게 먹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인데 많은 여성들이 민경이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예뻐지기보다 근육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며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5년 동안 멤버들을 먹였다는 죄책감이 커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죠.(웃음) 그런데 김민경의 재능이 발견되고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운동뚱’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어요. 제작진도 제작자가 아니라 김민경의 기획사 입장이 돼서 관리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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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운동뚱’의 한장면 (사진=유튜브화면캡처)

프로그램에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약속된 10회 운동을 마쳤을 때다. 더 이상 힘든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감에 들뜬 김민경에게 이영식PD는 무릎을 꿇으며 “프로젝트를 이어가 달라”고 사정했다. 당황한 김민경이 “소속사랑 의논해 봐야 한다”고 난색을 표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에 노출됐다.

“하하 그만큼 간절했다는 얘기죠. 사실 제작진 입장에서는 강요할 수 없었어요. 처음 약속이 10회였고 덩치 큰 친구가 힘들게 운동한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조회수가 나날이 오르니까 욕심이 생겨서 ‘나랑 대결하자’며 무턱대고 매달렸죠.”

이영식PD가 무릎을 꿇은 덕분일까. ‘맛있는 녀석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영식PD는 “처음에 별다른 목표 없이 출발했는데 이제 PPL이 밀려들어오면서 제작비를 상회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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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운동뚱’의 한장면. 김민경이 이영식PD를 가뿐히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유튜브화면캡처)

녹화 중 김민경과 함께 운동을 한 이영식PD는 가장 힘들었던 운동으로 ‘레그프레스’를 꼽았다. 그는 “나는 250Kg도 힘들었는데 김민경은 340Kg을 들어올렸다. 이건 타고난 것”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작 김민경 자신과 대다수 여자 스태프들은 필라테스를 힘들어 한다고 했다. 이 PD는 “김민경의 설명에 따르면 웨이트는 ‘아!’라고 단발마를 지르지만 필라테스는 ‘아아아아아아!’라는 비명이 이어지는 운동이라고 하더라”며 “스태프들도 필라테스 강사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김민경이 한번에 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민경은 필라테스 후 새 운동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 PD는 “댓글이 김민경을 좋은 길로 인도하고 있기 때문에 댓글부대의 의견을 적극 참고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더 이상 미의 기준을 남이 아닌 자신에게 가졌으면 좋겠어요. 김민경처럼 즐겁게 운동하며 먹고 싶은 것 다 먹는 게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좋은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가장 큰 행복이잖아요.”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