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안인 ‘한국판 뉴딜’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동참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총 114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한국판 뉴딜에 적극적인 금융지원 계획을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그룹 회장들에게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직후 화답한 것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23일 NH농협금융을 포함한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조찬간담회를 하면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 여부가 향후 한국 경제 미래를 좌우할 수 있으며, 여기서 금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이 참석했다.
지주별 지원 규모를 보면 ▲신한금융 85조원 ▲KB금융 9조원 ▲하나금융 10조원 ▲우리금융 10조원으로, 총 114조원이다. NH농협금융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약 160조원을 투입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세 개를 축으로 분야별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이 이뤄진다.
은 위원장의 요청에 가장 발 빠르게 화답한건 KB와 신한이다. 간담회 직후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KB뉴딜·혁신금융협의회’를 열고 5개 핵심 추진 과제에 대해 오는 2025년까지 총 9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5개 과제는 한국판 뉴딜 사업 중 민간투자 규모가 큰 ‘디지털·그린 융복합’과 ‘그린 뉴딜’을 중심으로 선정됐다. 윤 회장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적극 동참하고 민간자본이 필요한 영역에서의 지원에 앞장서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같은 날 그룹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영상회의를 열어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일찍이 신한금융은 지난 6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성장동력 강화와 금융의 선제적 역할을 실천하기 위한 ‘신한 네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5년간 혁신성장 관련 대출·투자에 85조원을 투입하고 데이터 거래소 활성화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 회장은 “국가 경제와 금융산업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 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자”고 강조했다.
뒤이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구체적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하나금융은 ‘한국판 뉴딜 금융 프로젝트’를 착수하고 10조원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디지털 뉴딜을 위해 디지털 인프라 구축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신재생에너지 투자 주선에 집중적으로 참여해 그린 뉴딜을 실현할 계획이다.
첫 신호탄으로 하나금융은 지난 24일 두산그룹과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산그룹의 기술력과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그린 에너지 사업에 대한 직·간접 금융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하나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우리금융도 한국판 뉴딜정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디지털 뉴딜 부문에 3조3000억원, 그린 뉴딜 4조5000억원, 안전망 강화 2조2000억원 등 총 10조원 규모의 여신 및 투자를 지원키로 했다.
우리금융은 디지털 뉴딜 부문에서 △D.N.A(Data. Network. AI) 생태계 강화 △SOC 디지털화 △비대면 산업 육성 등 3대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선도하기로 했다. 그린 뉴딜 부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이를 위해 사업 초기부터 금융지원까지 고려한 ‘그린 뉴딜 투자플랫폼’을 신설·운영키로 했다.
손 회장은 “한국판 뉴딜에 대한 적극적 금융지원은 물론, 코로나19 장기화 등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한 사회적 책임 수행에도 우리금융 전 임직원이 관심을 갖고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도 지난 17일 하반기 경영전략워크숍을 열고 ‘한국판 뉴딜 추진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연구를 맡는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