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한국판 뉴딜정책에 ‘화답’…총 114조 지원 사격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20-07-26 09:25 수정일 2020-08-13 15:49 발행일 2020-07-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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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안인 ‘한국판 뉴딜’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동참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총 114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한국판 뉴딜에 적극적인 금융지원 계획을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그룹 회장들에게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직후 화답한 것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23일 NH농협금융을 포함한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조찬간담회를 하면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 여부가 향후 한국 경제 미래를 좌우할 수 있으며, 여기서 금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이 참석했다.

지주별 지원 규모를 보면 ▲신한금융 85조원 ▲KB금융 9조원 ▲하나금융 10조원 ▲우리금융 10조원으로, 총 114조원이다. NH농협금융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약 160조원을 투입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세 개를 축으로 분야별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이 이뤄진다.

은 위원장의 요청에 가장 발 빠르게 화답한건 KB와 신한이다. 간담회 직후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KB뉴딜·혁신금융협의회’를 열고 5개 핵심 추진 과제에 대해 오는 2025년까지 총 9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5개 과제는 한국판 뉴딜 사업 중 민간투자 규모가 큰 ‘디지털·그린 융복합’과 ‘그린 뉴딜’을 중심으로 선정됐다. 윤 회장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적극 동참하고 민간자본이 필요한 영역에서의 지원에 앞장서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같은 날 그룹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영상회의를 열어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일찍이 신한금융은 지난 6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성장동력 강화와 금융의 선제적 역할을 실천하기 위한 ‘신한 네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5년간 혁신성장 관련 대출·투자에 85조원을 투입하고 데이터 거래소 활성화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 회장은 “국가 경제와 금융산업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 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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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음식점에서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금융위원회)

뒤이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구체적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하나금융은 ‘한국판 뉴딜 금융 프로젝트’를 착수하고 10조원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디지털 뉴딜을 위해 디지털 인프라 구축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신재생에너지 투자 주선에 집중적으로 참여해 그린 뉴딜을 실현할 계획이다.

첫 신호탄으로 하나금융은 지난 24일 두산그룹과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산그룹의 기술력과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그린 에너지 사업에 대한 직·간접 금융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하나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우리금융도 한국판 뉴딜정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디지털 뉴딜 부문에 3조3000억원, 그린 뉴딜 4조5000억원, 안전망 강화 2조2000억원 등 총 10조원 규모의 여신 및 투자를 지원키로 했다.

우리금융은 디지털 뉴딜 부문에서 △D.N.A(Data. Network. AI) 생태계 강화 △SOC 디지털화 △비대면 산업 육성 등 3대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선도하기로 했다. 그린 뉴딜 부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이를 위해 사업 초기부터 금융지원까지 고려한 ‘그린 뉴딜 투자플랫폼’을 신설·운영키로 했다.

손 회장은 “한국판 뉴딜에 대한 적극적 금융지원은 물론, 코로나19 장기화 등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한 사회적 책임 수행에도 우리금융 전 임직원이 관심을 갖고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도 지난 17일 하반기 경영전략워크숍을 열고 ‘한국판 뉴딜 추진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연구를 맡는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