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방역비만 10억”, 공연 사흘 앞두고 연기된 ‘미스터트롯’ 콘서트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0-07-23 19:00 수정일 2020-07-23 19:00 발행일 2020-07-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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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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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3 콘서트(왼쪽)와 미스터트롯 콘서트 포스터(사진제공=JTBC, 쇼플레이)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인가. 고사 직전 공연계의 손실은 염두에 두지 않은 탁상공론인가. 오는 24∼26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내일은 미스터트롯’ 서울 공연이 송파구의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에 따라 연기됐다. 
공연을 불과 사흘 앞두고 이뤄진 행정명령에 팬들과 공연계의 원성이 들끓고 있다. 반면 수도권 지역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dlgk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는 상황에서 공연을 강행하는 것은 ‘소탐대실’일 수 있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송파구는 21일 체조경기장과 핸드볼경기장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 5000석 이상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송파구는 구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가장 높은 ‘심각’ 단계 유지 중이고 최근 들어 5일 내 9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우리 구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집합금지 명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송파구는 22일에만 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 경기장에서 개최 예정인 ‘팬텀싱어3 콘서트’는 공연을 취소하고 예매 티켓을 환불처리했다. 반면 공연을 사흘 앞둔 ‘미스터트롯’ 측은 “구의 행정금지 명령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초기 공연강행 입장을 밝혀 혼선을 빚기도 했다. 결국 행사 주최사 쇼플레이는 22일, 24~26일 공연을 잠정 연기하며 27일까지 서울 공연 진행여부를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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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는 쇼플레이 측의 반발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지난 4월 개최 예정이었으나 세 차례에 걸쳐 연기됐다. 이번에 연기되면 총 네번 공연을 연기하는 셈이다. 
쇼플레이 측은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좌석 간 거리두기’ ‘체온 측정’ ‘문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 등 정부권고 방역지침을 지켰고 관할구청 및 공연장의 추가 요청 방역 수칙을 보완했다. 총 방역비용으로만 10억이 넘는 금액을 투입했다”며 “영세한 공연기획사가 감당해야 할 공연 제작비용 수십억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은 물론이고 공연을 기다려온 팬들의 사회적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공연계에서는 이번 송파구의 행정명령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다. 특히 같은 송파구 내 공연장인 샤롯데시어터에서 열리는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의 경우 연일 만석으로 공연이 진행 중이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샤롯데시어터는 1230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반면 한 공연 관계자는 “뮤지컬의 경우 공연 진행 중 잡담은 물론 환호도 금지된다. 공연장 안에서 음수도 금지돼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입을 열어 비말을 전파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팬덤이 두터운 대중가수 공연의 경우 관객들이 흥에 겨워 떼창을 부르거나 마스크를 벗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도 “만에 하나 ‘미스터트롯’ 공연장에서 단 한명의 확진자라도 발생할 경우 전체 가요계가 올 스톱된다. 비대면 공연을 개최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획사, 홍대 인디밴드들은 모조리 고사할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