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먹거리·놀거리·탈거리…댕댕이 맞춤상품 완벽정리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20-07-22 07:00 수정일 2020-07-23 17:06 발행일 2020-07-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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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반려견을 위한 모든 정보가 손안에 '펫트워크' 김남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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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트워크 김남림 대표는 반려견 시장의 전문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서비스 중이다. (사진제공=펫트워크)

“반복되었던 ‘그런 게 있어요?’라는 질문이 이 사업에 동기를 부여한 트리거였죠.”

반려견 전문 정보 애플리케이션 ‘펫트워크’를 운영하는 김남림 대표의 시작이다. 돌팔매 학대로 뇌 손상을 입은 소망이를 임시보호하면서 2차 동물병원 대기실이나 면회실에 오랫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잦았다. 대기 시간 동안 여러 견주들과의 대화에서 필요한 것, 어려운 점 등을 자연스럽게 나누고 그들에게 필요한 업체나 상품들을 추천해주곤 했다.

‘우리 애는 육류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어서 아무 간식도 못 먹어 안쓰럽다’라는 보호자에겐 생선이나 비건 식사와 간식을 파는 업체를, 앞이 안 보이는 개를 돌보는 견주에겐 ‘엔젤링’ 이라는 상품의 존재를 알려주는 식으로 정보를 주곤 했는데, 많은 사람이 ‘세상에 그런 게 다 있냐’라는 반응을 보였던 것.

2차 병원에 오는 보호자들의 경우, 키우는 개에게 돈을 아끼려는 사람은 없다. 누구보다 애정이 큰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드는 유명 병원이었지만, 틈새 수요를 해결해주는 업체와 상품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정보의 부족은 결국 반려견과 가족들의 웰빙에 많은 영향을 준다. 반려견은 좀 더 건강하거나 윤택하게 살 기회를 잃고, 보호자들은 심리적인 부담과 미안함에 지쳐가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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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트워크 소개 이미지.(사진제공=펫트워크)

김 대표는 IT나 반려동물 사업과 동떨어진 커리어 배경을 갖고 있다. 유럽 철도청 상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회사에서 한국 시장의 홍보·마케팅을 11년간 해왔다. 김 대표는 ‘여행 분야의 스타트업을 하지 그랬냐’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업력보다 더 오래 해온 활동이 바로 유기·구조견묘 임시보호 봉사활동이었다. 구조되거나 버려진 개와 고양이들이 다시 입양될 수 있도록, 아니면 입양되지 못할 만큼 돌봄이 필요한 개들을 가정에서 돌봐주는 봉사다.

“자신의 개만 키우다 보면 우리 개에 해당하는 것, 필요한 것만으로 호기심이나 정보 검색이 한정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임시보호를 하면서 여러 아픔이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생활하면 다양한 수요가 생기고 그와 더불어서 지식과 정보도 많아지거든요. 그래서 15년 정도 지인들에게도 물어보고 찾아보다 보니 이쪽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와 네트워크가 생긴 것 같습니다.”

현재의 시장과 소비자는 물론, 사회적 인식도 봉사를 시작하던 15년 전과는 너무나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대로 걷지 못하는 강아지를 실링에 넣어 안고 다니면 지나가던 어른들이 빈정거렸다. ‘무슨 개한테 저렇게 하냐’라고 하지만, 인구의 5분의 1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국민의 70%가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인 것에 공감해주는 사회가 됐다.

“굉장히 의미가 있는 숫자에요.” 김남림 대표는 말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눈치 보지 않고 보호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발하고 좋은 상품이 나와도 ‘유난스러운 인간’이라는 시선을 받게 되는 환경에선 이용자도 업체도 사용하거나 성장해나갈 수가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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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트워크의 모바일 UI 개념도. (사진제공=펫트워크)
국세청이 내놓은 국세 통계로 보는 100대 생활업종 현황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개인사업자 수는 2017년 9월 기준으로 3년 전인 2014년과 비교했을 때 80.2% 증가했다.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실제로 키우는 반려동물 가족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개인들의 전문성과 취향을 살려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성장했지만, 소비자들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상품화된 것을 알지 못하거나, 과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선택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현실도 존재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을 기획하게 된 것이 펫트워크다. ‘펫(pet)’과 ‘네트워크(network)’가 합쳐진 단어다. 펫팸족들의 네트워크로 다양한 업체와 브랜드 정보를 공유하고 대신 알려줄 수 있는 기본 환경을 조성하는 1차 서비스가 5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되었는데, 별다른 홍보 없이도 한 달 사이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려받았다.

이 과정에서도 우여곡절도 많았다. 누군가는 한 분야만 찍어서 정보를 제공하라고 조언했고, 발표 심사를 받던 현장에선 ‘이 커버리지를 개인 회사가 할 수 있을 거 같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막상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데 있어서 카테고리 분류와 업체 리서치는 개발만큼 많은 시간을 들었고 난관도 있었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확신과 머릿속 그림은 명확했다.

“15년간 축적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을 지켜본 시간들, 그리고 30개 국가가 넘는 유럽 다양한 철도 상품과 철도법 등 모든 정보를 분류 정리해 국내 미디어와 여행사에 배급하던 과거의 업무 경험이 자신감에 한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뒤돌아보면 콘텐츠와 데이터를 이해하기 쉽게 분류하고 요약하여 전달하는 업무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죠.”

이를 토대로 펫트워크는 현재 안드로이드 앱에 이어 IOS 앱 론칭을 준비 중이다. 많은 아이폰 사용자의 요청을 지속해서 받고 있다는 점이 당초 계획보다 조금 더 서두르게 된 배경이다. 조만간 2달 동안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보완된 업데이트가 반영될 예정이다. 두 가지 버전의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본격적인 홍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