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 다 사면 우린 뭐하나"…집단행동 나선 화장품 브랜드샵 점주들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0-07-20 16:30 수정일 2020-07-21 08:15 발행일 2020-07-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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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가맹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 속 매출 급감
화장품 온라인 쇼핑 거래액 10조 돌파·화장품 가맹점 폐점율은 최고 수준
벼량 끝 화장품 가맹점과 뚜렷한 상생안 못 찾는 화장품 대기업
코로나19 여파로 발 길이 끊긴 명동 화장품 로드숍들
코로나19 여파로 발 길이 끊긴 명동 화장품 로드숍들(사진=노연경 기자)

지역에서 미샤 가맹점을 여러 개 운영하던 A씨는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매출 급감을 이기지 못 하고 매장 한 곳만 남기고 모두 폐점시켰다. 한 때는 1년 매출이 10억원에 달했지만 요즘은 본전도 못 찾고 매달 수 백 만원씩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A씨는 폐점을 앞두고 있는 마지막 매장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하루 2시간 쪽잠을 자며 낮에는 리조트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20일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화가연)에 따르면 A씨처럼 경영 악화로 인해 화장품 가맹 사업을 접는 점주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트렌드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직접 손님을 대면하고 제품 테스트와 설명 등을 통해 영업하는 오프라인 가맹점들의 존재 목적은 희미해져 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25% 급증한 12조2986억원으로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가맹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5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화장품은 써보고 구매한다’는 불문율마저 깨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오프라인에서는 화장품 브랜드샵 가맹점의 줄폐점이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도소매 업종 중 화장품 업종의 폐점율이 16.8%로 가장 높았다.

벼랑 끝에 몰린 화장품 브랜드샵 가맹점주들은 브랜드와 상관없이 연대하며 본사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그간 가맹점주협의회를 만들지 않았던 미샤 점주들도 지난 7일 협의회를 발족하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점주들이 모인 화가연과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전혁구 화가연 회장은 “작년 11월 이니스프리 협의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한 온·오프라인 가격 정책에 대해 신고했다”며 “이번 달 중 공정위에 추가 신고를 하고 조사 지연에 대해 강력히 항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화장품 브랜드샵 관계자는 “본사도 가맹점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변해가는 유통 환경 속에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시장 변화와 가맹점과의 상생 속에서 현명한 길을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