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시장 위축…양극화 가속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0-07-07 16:03 수정일 2020-08-17 10:51 발행일 2020-07-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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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기업들의 상반기 회사채 발행잔액은 작년 말보다 5조원 줄었다.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전망은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중론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웠던 기업은 더 어려워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한계기업들의 존속 가능 여부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신용등급 전망도 녹록지 않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반회사채 발행 잔액은 215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원 줄었다. A이하 비중이 16.8%로 작년 말보다 1.6%포인트, BBB이하 비중은 2.7%로 0.5%포인트 줄었다.

이날 현재 등급별 회사채 잔액 비중은 △AAA 27% △AA 24% △AA+ 16% △AA- 16% △A+ 7% △A 4% △A- 3% △BBB 이하 3% 순이다.

코로나19 위기로 회사채 발행은 우량 기업에 쏠리는 상황이다. KB증권 전혜현 연구원은 7일 “이번 주 회사채 발행 예정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대부분 A이며,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회사채 발행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 연구원은 “유통시장 내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용등급 상위권 기업들의 회사채 스프레드 축소는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를 의미하며, 스프레드가 커지면 그만큼 기업들이 자금을 빌리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NH투자증권 한광열 연구원도 “스프레드는 우량 회사채만 축소됐다”며 “회사채 수요예측에선 스프레드가 전반적으로 하향되고 있으나 A 이하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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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단기사채 등을 매입할 특수목적기구(SPV) 설립 의지를 피력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한광열 연구원은 “산업은행은 SPV 설립 전 선매입을 발표하기까지 했으나 기존 시장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를 이끌어내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신용평가사들은 상반기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신용등급이 하향된 기업의 수는 15개사로 상향된 기업의 수(8개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으며, 전망이 하향된 기업은 38개사로 상향된 기업(10개사)의 3배를 훌쩍 넘었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연구원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적 저하 기조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땐 상대적으로 하향 조정폭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SPV가 크레딧시장의 양극화를 축소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기명 연구원은 “이달 말부터 SPV가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기반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크레딧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면서도 “발행금리에 최대 100bp(1bp=0.01%포인트)의 가산수수료를 부과하는 운용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SPV에 자금을 공급하는 한국은행의 위험회피성향을 감안하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보다 높은 기업들의 회사채 매입 비중이 훨씬 클 수 있다”며 “SPV의 가동 효과에 대해서는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