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편중·저부가 서비스업…한국경제 선방의 역설

홍보영 기자
입력일 2020-07-01 16:12 수정일 2020-07-01 17:11 발행일 2020-07-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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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약점이 코로나 사태서 강점으로 부각
국제기구, 韓 성장률 G20 중 두번째 예상
“편중된 수출 품목·지역, 높은 中의존 역시
코로나 충격완화”…포스트COVID 대비 절실
코로나에 4월 제조업생산 11년 만에 가장 감소<YONHAP NO-4888>
사진은 지난 4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의 모습. (연합)

그동안 우리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제조업에 쏠린 산업구조와 저부가가치 서비스업, 편중된 수출 품목·지역, 높은 중국 의존도 등이 코로나19 사태에선 한국경제의 선방요인이 되고 있다. 역설인 셈이다. 물론 잘 갖춰진 방역 시스템도 한몫하면서 경제충격을 적게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무디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블룸버그 등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주요 20개국(G20) 중 최상위권으로 꼽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국제기구들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을 살펴보면, 제조업 강국들이 주로 선방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제조업이 서비스업에 비해 코로나19 타격을 덜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GDP 대비 제조업 비중(2019년 기준)이 28.8%에 달하는 중국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0%로 예상된다. 주요 국가 중 유일한 플러스 성장 전망이다.

G20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 우리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7.5%에 달한다.

IMF도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을 프랑스 -12.5%, 이탈리아와 스페인 각각 -12.8%로 내려 잡았지만,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7.8%로 예상했다. 4월 전망보다 5.3%포인트나 급락한 프랑스와 달리 독일은 4월 전망보다 0.8%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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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우리나라는 GDP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작아 상대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덜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올해 1분기 국내 서비스업 중 운수업이 11.8%, 도소매·숙박·음식점업종은 4.7% 역성장한 데 비해, 제조업은 전기 대비 1.0% 감소에 그쳤다.

반면 GDP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대다수 유럽 국가들에서 충격이 클 것으로 관측됐다.

지나간 시점의 생산 감소를 만회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는 서비스업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0%로 나타났다. 미국(77.4%), 영국(70.6%), 프랑스(70.3%), 일본 (69.1%), 이탈리아(66.2%) 등 다른 선진국보다 낮다.

OECD가 최근 유럽 국가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한 영국의 경우 금융, 관광 등 서비스 분야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3에 이른다. 제조업 비중은 8.6%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제조업의 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관련한 기술 독립과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대비한 제조업의 지능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보영 기자 by.hong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