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배우 유아인의 퍼즐… 영화 '#살아있다'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0-06-22 17:00 수정일 2020-06-22 17:00 발행일 2020-06-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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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전략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개봉시기,공감되는 영화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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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이 극 초반 50분 이상을 끌어가는 영화 ‘#살아있다’가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얻고있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살이있다’가 범상치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당연하게 된 일상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이야기다. 인터넷과 휴대폰이 불통되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좀비가 돼버린다. 생존자들은 평소 자신의 직업 혹은 목에 익힌 DNA를 기억하는 좀비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예를 들면 소방관, 경비원, 경찰 등이 좀비가 되어 줄을 타거나 전등으로 순찰을 돌고 총 을 쏘는 식이다. 중반 박신혜가 등장하기 전까지, ‘#살아있다’를 이끄는 건 유아인의 몫이다. 상황을 연기로 보여주는 게 배우의 역할이라면 그가 맡은 준우는 유아인이 아니었다면 안될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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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관객들이 옆집 청년을 만나는듯 이질감 없이 보여지면 좋겠다”면서 캐릭터를 설명했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온 방을 PC방처럼 꾸미고 살며 일어나자마자 게임에 접속하는 20대 평범한 아들. 약간의 허세를 더해 자신의 일상을 SNS에 공유하며 랜선 친구를 만드는 남자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가족을 제외하고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 유아인이 설정한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원래는 눈을 가릴 정도의 긴 장발로 첫 촬영을 했어요. 가발을 벗고 잠시 쉬는 제 모습을 본 제작사분이 탈색한 군인머리도 좋은데?’라는 거예요. 20대엔 염색도 많이 하고 삭발도 자주 했는데 그걸 동시에 한 건 처음이죠. 작품을 선택한 건 오랜만에 들어온 평범한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옆집 청년 같은 평범함을 그리고 싶었던 목마름을 한방에 풀어줬죠.”

그는 “한때는 ‘가난 전문 배우’라는 소리를 들었던 적도 있었다”면서 “배우가 이끄는 대로 가보자는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현장이었다”고 촬영당시를 회상했다.

사실 ‘#살아있다’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맷 네일러의 원작을 미국에서 활동해온 조일형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했다.

자칫 아메리칸 마인드로 흘러갈 수 있는 이질감은 유아인이 제대로 필터링했다. 평소 좀비물을 즐겨본다는 그는 “평범한 복도식 아파트를 배경으로 익숙하지만 색다른 시도를 한다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시나리오의 장점을 차분하게 짚었다.

극중 준우가 보여주는 ‘생존’의 디테일은 유독 짠내를 유발한다. 식량이 떨어지자 옆집을 뒤지기(?)도 하고 맞은 편 동에 살아있는 유빈(박신혜)에게 자신이 가진 드론을 이용해 각종 물품을 공유한다. 여러 번의 생사기로에서 여성인 유빈이 상황적 결단을 내린다면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남자인 준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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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 후 관객들은 그를 통해 지지와 공감, 희망의 가치를 발견할 것이다. 유아인은 “준우의 가장 큰 괴로움은 외로움이라고 봤다. 물이나 음식의 고갈보다 외로움을 이질감 없이 표현하고 싶었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연기적으로 영화 ‘사도’가 한 시기의 매듭이었죠. 전환기는 ‘버닝’으로 맞았고요. 제 출연작 모두가 저의 퍼즐들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제가 얼마나 그 상황에 진실했는지의 결과물이니까요. 박수, 돈, 차는 신기루일 뿐 삶의 동력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유아인이 스스로 말했듯 한때는 ‘논란의 아이콘’인 적도 있었다. 키보드 워리어들에게 맞섰고 정치적인 발언도 서슴없었다. 그 당당함은 여전해 보였지만 유아인 만의 성숙함이랄까. ‘우아한 패기’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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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그는 “영화가 가진 시기, 성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게 됐다. ‘#살아있다’는 전략적으로 의도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어느 때보다 영향을 받는 시기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작품”이라면서 “생존을 위해서는 절대 혼자 살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준 영화”라고 눙쳤다.

“개봉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이제는 영화가 서로 경쟁인 시대가 아니니까요. 서로 같이 살고 같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죠. 제 실제 삶에 비해 너무 무거운 작품들을 해왔어요. 그렇게는 안 보이겠지만 저, 의외로 되게 계획적인 배우거든요.(웃음) 앞으로는 만들어지는 대로 흘러가려고 해요. 그림 같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