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혼성그룹, 다시 가요계 ‘싹쓰리’할까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0-06-16 19:00 수정일 2020-06-16 19:00 발행일 2020-06-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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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작소] 90년대 음악에 대한 향수, 톱 스타들이 예능으로 풀어내며 인기폭발
-과거 잼, 룰라, 투투, 자자, 코요태 등 큰 인기, 2000년대 후반 자취 감춰
-코요태, 카드, 악동뮤지션 등 극소수 팀만 활동, 재활성화는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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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뭐하니’에서 혼성그룹 ‘싹쓰리’를 결성한 유재석, 이효리, 비 (사진제공=MBC)
가요계가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 혼성그룹으로 뜨겁다. 분명 신인인데 멤버 구성이 남다르다. ‘연예대상’과 ‘가요대상’을 동시 석권한 가수 이효리, ‘깡’ 열풍의 주역 가수 비(본명 정지훈) 그리고 자타공인 국민MC 유재석이 멤버다. 이들은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올 여름 가요계를 싹 쓸어버리겠다며 혼성그룹 싹쓰리(SSAK3)를 결성하고 7월 18일 데뷔한다. 린다G(이효리), 유두래곤 (유재석), 비룡 (비) 등 활동명까지 정했다. 
평균 나이 43세, 20세기 사람들의 과감한 출사표에 누리꾼들도 열광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 2부는 전국 10.4%, 수도권 10.8%(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활동했던 ‘뽕포유’ 프로젝트가 기록한 최고 시청률 9.3%를 넘어선 수치다. 세 멤버가 비의 ‘깡’을 함께 부르는 장면을 선공개한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는 무려 347만뷰에 달한다. 
‘놀면 뭐하니’의 이같은 인기비결은 과거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요다’로 촉발된 90년대 음악에 대한 향수를 이효리, 비, 유재석이라는 세 슈퍼스타를 통해 풀어낸 게 통했다는 분석이다. 최영균 대중문화평론가는 “이효리, 비, 유재석 등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대형스타들을 팀으로 묶어 TV 주시청층의 향수를 자극했다. 여기에 강도 높은 웃음을 발휘할 수 있는 이효리가 발군의 활약을 보인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PD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초 여름을 겨냥한 댄스그룹을 염두에 뒀는데 유재석씨가 이왕 댄스그룹을 할 거면 혼성그룹에 도전해보자고 제안하면서 ‘싹쓰리’가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혼성그룹 붐은 글쎄…카드 등 현직 혼성그룹도 설 자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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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뭐하니’에서 혼성그룹 ‘싹쓰리’를 결성한 유재석, 이효리, 비 (사진제공=MBC)

혼성그룹은 1990년대 초중반을 강타하다 2000년대 자취를 감췄다. 잼, 룰라, 투투, 쿨, 자자, 영턱스클럽, 유피, 업타운, 코요태 등이 이 시기 활동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남녀의 감정을 담은 가사를 주고받으며 서로 다른 이성의 음역대를 동시에 들을 수 있는 혼성그룹은 음악을 즐기기 가장 좋은 구조로 꼽힌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H.O.T, 젝스키스, 신화와 S.E.S, 핑클 등 성별을 나눈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등장이 혼성그룹의 퇴장을 부채질했다. 최 평론가는 “한국 가요계가 음악에서 팬덤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혼성그룹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스타와 ‘유사연애’를 하는 팬덤이 혼성그룹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90년대 혼성그룹 중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팀은 코요태 뿐이다. 신지 김종민, 빽가로 구성된 코요태는 20일 신곡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한다. 이 외 혼성그룹 카드, 남매듀오 악동뮤지션 등 극소수 팀이 혼성그룹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카드’ 소속사 DSP미디어 김경민 이사는 “보이그룹, 걸그룹이 각자 성별에 맞는 음역대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아쉬워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그룹이 ‘카드’”라고 말했다. 카드는 전 세계 52개국에서 공연을 펼칠 만큼 해외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국내 인지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 이사는 “해외 팬들은 ‘유사연애’의 감정보다 무대 매너, 음악과 퍼포먼스로 판단하기 때문에 카드의 인기가 높다”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해외활동이 제한된 만큼 보다 대중성 있는 곡으로 국내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가요계는 카드처럼 해외에서 인기가 높거나 악동뮤지션처럼 남매라는 이점을 활용한 팀이 아니라면 새로운 혼성그룹이 탄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평론가는 “추억을 곱씹는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는 탁월하지만 혼성그룹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