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0세 쇼크, 충격 아닌 축복으로

100세 시대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돼 버렸다. '파워시니어'를 주창하는 이시형 박사가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이지북)는 책 서문에 적었듯 "이렇게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줄 알았더라면 인생설계를 달리했을 것"이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시대인 것이다"현재 40대 중 절반 이상이 100세 쇼크를 맞게 될 겁니다."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박기출 소장은 이 같은 시대를 '100세 쇼크'라 표현한다. 100세 쇼크란 100세 생일잔치 상을 받았을 때의 충격을 일컫는 말이다. ◇ 인생설계 0단계, 마음가짐의 변화60세 은퇴, 70세 사망. 보통 사람들이 예측하는 인생은 이렇다. 이에 맞춰 인생을 설계하고 살아가던 이들에게 100세 시대는 말 그대로 '충격'이다. "100세 시대를 살면서 무엇을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까요? 돈, 건강, 일 등 모두 준비해야 하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준비는 인식의 변화예요. 100세 시대를 살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일이 가장 먼저입니다."결국 100세 시대 인생설계는 시각의 변화다. 박 소장은 이에 대해 "100세 시대는 삶을 보는 시각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라고 정의하고 "노후설계가 아니다. 100세 시대 인생설계다. 그 0단계가 100세 시대를 살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30년이나 늘었어요. 불가능하거나 의미 없어 보이던 일이 불연듯 의미 있고 해볼 만한 일이 되죠."◇ 오래 일할 수 있어야 행복해진다박기출 소장이 제안하는 100세 시대 행복 전략 중 하나는 오래 일하는 것이다. 일은 '생업'과 생업 이후 '제2의 일', 두 가지다. 시기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생업은 언젠가 중단되고 그 후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일찍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생업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준비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준비는 일과 후 학원을 다니고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에요. 생각을 하는 거죠.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는 하루아침에 결정하거나 답을 찾을 수 있는 이슈가 아니거든요."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데만도 몇 년이 걸린다. 박 소장은 제2의 일을 준비하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조언한다. 심사숙고해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행복한 100세 시대를 맞을 수 있다.◇ 노후, 캐시플로에 집중하라평생 일하기 위한 전제가 경제적 안정이다. '통계청 2012년 가계금융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한 은퇴 후 부부 생활비는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10년이면 2억4000만원, 50년이면 12억500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박 소장은 "대한민국 직장인 중 12억5000만원을 벌어놓고 은퇴를 맞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100세 시대의 경제 안정화는 '캐시플로'(Cash Flow)에 달렸다"고 단언한다. 자산의 정도가 아니라 매달 생활에 필요한 돈과 그 돈을 충당할 방법의 문제다."쌓아놓은 몇십억원이 아닌 매달 받는 현금을 평생소득, 캐시플로라고 합니다. 캐시플로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100세 시대 경제 대책의 핵심입니다. 그 대책을 세우는 나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나이가 어릴수록 적은 비용을 오랜 기간 납입하면 되니 부담 없이 은퇴 후 캐시플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200만원이 필요하다고 전제해 보자. 국민연금이 50만원이면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을 100만원 받을 수 있게 계획하고 매달 50만원을 벌 일을 찾으면 된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시기가 지난 후 제2의 일 역시 마찬가지다."연봉 몇억원짜리 일자리가 필요하기보다 기쁨을 누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젊었을 때야 월급, 연봉이 일자리를 선택하는 기준이지만 제2의 일은 하고 싶은 일, 보람 있는 일, 주위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죠." ◇ 건강·관계는 자산과 동급100세 시대의 필요충분조건은 건강과 관계다. 두 조건은 '경제 대책'처럼 로또 당첨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장기간 꾸준히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박 소장은 "로또 당첨이 불치병을 낫게 하거나 얼굴만 맞대면 싸우는 부부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건강관리도 마음의 문제"라고 지적한다."30세부터 운동을 하고 건강관리를 한다고 해도 70년이에요. 운동은 숙제가 아닌 생활이에요. 햇볕을 쬐면서 하루 30분만 활기차게 걸어도 건강을 지킬 수 있죠."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최근 노인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0세 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다. "혼자 있으면 고독감으로 정신이 피폐해지고 육체건강까지 나빠집니다. 주위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죠. 관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정립 및 조율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랜 시간 공들이고 노력해야만 한다. 100세 시대 전략에서 박 소장이 중요하다고 꼽는 요소는 경제, 건강, 정신, 관계, 일, 다섯 가지다. 이들은 우선순위나 중요도를 따지기도 어렵다. 한 치의 다름도 없이 똑같은 비율로 동시에, 종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다. "농구로 따지면 올코트프레스(A Full-court Press, 전면 압박 수비)예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죠. 황금비율도 똑같이 20%씩입니다." ◇ 가장 아름다운 인생 제3기를 위하여은퇴는 '생업에서 물러나는 일'을 일컬어 왔다. 하지만 100세 시대의 '은퇴'라는 단어는 사라지거나 변화해야 할 개념이다.이에 박 소장은 인생 4기를 이야기한다. 제1기 인생은 태어나 부모에 기대 공부하고 자립할 준비를 하는 시기다. 인생 제2기는 결혼을 하고 자식을 키우고 집을 장만하기 위해 생업에 종사하는 시기다. 그리고 가장 길고 적극적이며 활발한 인생 제3기가 펼쳐진다. 생업을 떠나 남의 눈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시기다. 60세 전후로 이전 시대에서 일컫는 은퇴 후 삶이다. 100세 시대 인생 3기는 하이라이트다. 그리고 인생을 정리하는 죽기 전 5~10년이 제4기 인생이다. "100세 시대를 받아들이고 나면 3기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집중하게 될 겁니다. 현재는 인생 1, 2기를 거쳐 바로 4기로 가고 있어요. 인생 3기에 대한 개념 자체가 희박한 상태죠."인생 3기를 박 소장은 "제2의 사춘기"라고 지칭한다. 누구도 살아보지 않아 조언을 해줄 수 없는 질풍노도의 시기다. 성장통은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성장통을 이겨내면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찾아올 것이 분명한 때이기도 하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사진 윤여홍 기자 pks1919@viva100.com

2014-09-24 19:39 허미선 기자

[인터뷰]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 총감독 "죽는 날까지 무대 사랑"

통산관객 10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는 ‘난타’의 송승환 회장(사진제공=PMC프로덕션)일곱 살 손자와 일흔 할머니가 동시에 박장대소한다. 외국인도 마냥 들떠 깔깔거리니 국경까지 초월한다. PMC프로덕션의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 대사가 아닌 몸짓과 소리만으로 구성된 비언어극) ‘난타’가 통산관객 10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17년만의 일이다. 17년 전 ‘난타’를 기획·제작한 이는 연기자 송승환이다. 최근엔 ‘연기자’라는 수식어보다 ‘난타’를 비롯한 뮤지컬 제작자 혹은 예술 감독으로 익숙한 이름이다. 꽤 훌륭한 인생 이모작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머니 플랜도 중요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에 대한 가치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봤다.“어느 날 갑자기 앤드류 로이드같은 천재가 나타나진 않는다. 뮤지컬을 위한 스페셜리스트 발굴, 양산이 절실하다”(사진제공=PMC프로덕션- ‘난타’가 17년째 승승장구하고 있다. 성공 요인은? 더불어 ‘한국공연=넌버벌’이라는 인식이 아쉽다. ‘난타’ 성공 후 많은 넌버벌이 생겼지만 성공사례가 별로 없지 않은가? “글로벌 보편성과 전용관이다. 글로벌 보편성이란 남녀노소는 물론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서를 일컫는다. 신기하게도 어느 나라에서 공연을 하든 똑같은 장면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진다. 위대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남녀노소 불문하고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쇼를 만들고 싶었다. 연극이나 뮤지컬 마니아에겐 유치하거나 상업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많은 이들이 보고 즐거울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성공요인은 전용관이 있어 오프런(Open Run, 끝나는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넌버벌은 해외 진출을 위한 장르다.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난타’ 등 넌버벌을 본 후 한국공연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한류 바람을 타고 넌버벌 공연이 10개 정도 생겼다. 대부분이 5~10분은 재미있지만 60~90분을 끌고 가기에는 스토리 연결구조가 약하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관객 유치를 위한 현지 마케팅도 중요하다.”- ‘뮤지컬 르네상스’라고 하지만 공연중단 사태를 빚은 ‘두 도시 이야기’ 등 시장 분위기가 하수상하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문제점과 해법은? “가장 큰 문제는 ‘공급과잉’이다. 한국에 뮤지컬에 적합한 극장은 극소수다. 관객 역시 제한적이다. 뮤지컬 성공사례가 늘고 해외 관광객 유입 및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많은 작품이 기획·제작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티켓 파워’를 지닌 스타 연출가나 음악감독, 배우들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제작비도 덩달아 치솟았다. 제작비가 비싸지니 2, 3000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에 무대를 올려야만 수지타산이 맞는다. 뮤지컬 산업은 과도기를 겪고 있다. 시장의 자정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무리하게 제작하는 제작사는 퇴출되고 출연료를 낮추기 위해 배우들과도 꾸준히 협의해야 한다.해법도 결국 사람이 답이다. 사실, 뮤지컬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창작뮤지컬의 빈곤현상이다. 이는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 작가, 연출자, 배우 등이 부족한 탓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뮤지컬 작곡가이자 제작자인 앤드류 노이드 웨버 같은 천재가 나타나진 않는다. 뮤지컬을 위한 작가, 연출가, 작곡가 등 창작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창작 아카데미가 절실하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인다. “현재 한국 뮤지컬 산업이 당면한 제작비 거품, 뮤지컬 전용극장 부재 등 문제와 라이선스 뮤지컬에 부과하는 10% 부과세 감면, 관람료에 대한 연말정산 혜택 등 시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중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제작사와 공연장, 배우, 스태프 등 모든 이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야만 가능한 일이다.”죽는 날까지 연기하고 뮤지컬 제작하는 것이 송승환 회장의 100세 행복전략(사진제공=PMC프로덕션)- 해외진출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작업 중인가?“내수시장 확대도 중요하지만 해외시장 진출이 필연이다. 최근 중국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뮤지컬 시장은 이제 막 개화했다. 중국의 2, 30대는 급속하게 서구문화에 길들여졌으면서도 동양적 정서를 버리지 못하고 있어 한국 뮤지컬이 경쟁력을 발휘할만하다. 올 연말 중국 광주에 난타 전용극장이 들어선다. 중국 광주를 기점으로 호텔, 종합쇼핑몰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그랜드뷰그룹이 자본을 투자하고 ‘난타’ 제작사 PMC가 콘텐츠를 책임지는 공동 프로젝트다.”- 12월 개막하는 ‘라카지’의 에두아르 딩동 역으로 20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다고 들었다. 연기자와 제작사로써 송승환은 어떤가?“아역으로 시작한 배우는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다 보니 직접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 제작자로 나섰다. 연기도 제작도 좋아서 하는 일이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연기를 하고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제작을 할 것이다.” -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100세 시대 행복 전략이 있다면?“죽는 날까지 연기하고 제작하는 것이다. 한국의 100세 시대 전략은 ‘머니 플랜’만 난무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 100세 시대는 가치관 변화가 필요한 사회다. 머니 플랜도 중요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 가치 모색도 중요하다. 나는 죽는 날까지 연기하고 공연 만드는 일을 할 거다. 늙어서 제작이나 연기가 힘들어진다면 좋은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며 살면 된다. 그게 행복한 삶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4-09-24 10:45 허미선 기자

'여든 소년'의 젊게 사는 법…목적의식·베풂 그리고 긴 호흡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여든 소년' 이시형 박사는 11일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건강한 자세에 대해 설명했다.이 박사는 "우리가 100세 시대를 경험해보지 않은 만큼 100세 시대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있다"며 노후 준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맹자는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노후 준비에 있어 '주택'과 '생활비'의 중요성을 꼽은 이 박사는 이와 함께 '마음'의 안정을 꼽았다. 이 박사는 "우리 세대들이 과거 경제 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정서적으로 안정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고독을 못이기고 자살하는 신중년층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이시형 박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세로토닌 문화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이 박사는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생활의 안정'과 함께 '마음의 안정'을 강조했다. br 사진=윤여홍 기자◇ 꿈꾸는 자는 늙지 않아 이 박사는 젊게 사는 신중년층의 공통점으로 '목적의식'을 들었다. 그는 "목적의식, 꿈이 있는 사람들은 그 꿈을 이룰 때까지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다"며 "내게도 '세로토닌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에게 '왜 사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이 막연할 때가 많다"며 "끊임없이 꿈을 꾸다 보면 나이는 잊게 된다"고 덧붙였다.그가 집중하고 있는 '세로토닌 문화'란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고 행복해하는 것을 말한다. 세로토닌이란 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기분뿐만 아니라 수면과 식욕 등 인간의 본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로토닌이 뇌에서 분비되면 기분이 상쾌해져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이 박사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만족감이 생기면서 기분이 좋지 않나. 이때 나오는 게 세로토닌"이라며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쉽게 화를 내거나 우울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쾌락과 행복에 관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인 도파민과 비슷해보일 수 있으나 쾌락에 만족할 줄 모르는 도파민과 달리 세로토닌은 중독성이 없어 작은 행복에도 만족한다"며 "1등을 해 보상을 받을 때 생기는 강렬한 기쁨이 도파민이라면 세로토닌은 허기를 충족시켰을 때에서 오는 소박한 행복이다"라고 두 호르몬의 차이를 설명했다.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론 △씹기 △걷기 △숨쉬기 △명상하기 등을 꼽았다. 이 박사는 "일상생활에서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모든 행동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된다"며 "한국인들의 뇌는 많이 지쳐 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리드미컬한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 80은 '사은(謝恩)'…은혜를 생각한다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40세 불혹(不惑), 인생의 의미를 깨우치는 50세 지천명(知天命), 무슨 일이라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60세 이순(耳順), 마음 가는 대로 하는 70세 종심(從心). 공자는 '논어'를 통해 각 세대가 가지는 나이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박사는 "공자는 100세 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이 80이 지닌 의미를 설명하지 못했다"며 "나이 80은 '사은'이라 생각한다. 80세까지도 건강하니 낳아준 부모님과 키워준 사회에 은혜를 갚는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NGO 단체에서 사회 운동을 하는 것도 내 능력만큼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어렵게 돈을 벌다 보니 베푸는 것에 익숙지 않다"며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만큼 이제는 어릴 때부터 '나눔', '베풂'의 가치를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최근 우리 사회의 인문학 열풍을 주도하는 계층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박사는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돈을 어떻게 벌 것이냐에만 주목했지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선 관심 갖지 않았다"며 "기업 CEO들이 깨끗한 기업문화를 이루고 올바른 가치관으로 이 사회에 공헌한다는 사명감을 앞장서서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길어진 인생만큼 긴 호흡 필요 이 박사는 몸이 힘들었던 과거 젊은 세대에 비해 마음이 더 힘든 현재 젊은 세대들을 우려했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 너무 뜨겁고 빠르게 반응하는 그들에게 '긴 호흡'을 주문했다. 그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 인생은 길다. 우리 어릴 때 비하면 30여년은 늘어난 만큼 차분하게 자신과 주변을 살펴봐야 한다"며 "성장을 위한 지나친 경쟁으로 우리 사회에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됐지만 중도에 실패했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언제든 일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른바 '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일침도 가했다. 쿨병이란 식견은 얕으면서 양비론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어려운 일이 닥치면 회피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이 박사는 "디지털시대가 익숙한 젊은 사람들은 상대방이나 찬반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 가볍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만큼 살아보니 세상은 참 좁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 온라인상이든, 오프라인상에서든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끝으로 그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의 의미를 짚었다. 이 박사는 "과거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물질적인 풍요를 뜻했지만 이젠 정신적인 여유와 만족을 뜻한다"라며 "생활습관병의 근본 원인인 과욕을 버리고 즐겁게 음식을 먹고 푹 자는 것만으로도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정윤경 기자 v_v@viva100.com

2014-09-21 19:37 정윤경 기자

"재능기부문화 확산 각박한 사회 바꿔나가야"

멘토라는 용어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다. 오디세우스 왕이 전쟁에 나가게 되자 자신의 아들인 텔레마코스 교육을 그의 친구인 멘토(Mentor)에게 맡긴다. 멘토의 현명한 가르침 덕분에 텔레마코스는 훌륭하게 성장했다. 이때부터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 또는 스승을 멘토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인생에서 좋은 스승, 즉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멘토와 멘티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 사례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CEO지식나눔은 기업 등에서 퇴임한 전·현직 기업인들이 뜻을 하나로 모아 2010년 출범한 '재능기부 단체'다. 사람들이 점점 이기적인 생활패턴에 익숙하다 보니 능력이 되는 이들도 시간을 내어 재능을 기부하겠다는 생각을 선뜻 하지 못한다.그런 현실을 안타까워한 노기호(전 LG화학 사장) 대표를 필두로 53명의 멘토가 대학생, 직장인, 사회초년생들에게 무상으로 멘토링을 제공한다. 처음 14명이던 회원은 현재 53명으로 늘어났다. 노기호 CEO지식나눔 공동대표는 LG화학 사장을 역임했으며 모교인 한양대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수료하고 현재 한양대 대학원 기술경영학과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nbsp;CEO지식나눔은 각계각층의 전·현직 기업인들이 뜻을 모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재능기부 단체'다.노 대표는 기업경영·전략, 마케팅, 리더십, 기업의 혁신과 변화 분야를 중점으로 강의하고 있다. 나아가 비즈니스 코칭, 기업·경영컨설팅으로 그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한 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각계각층의 영향력 있는 회원들이 입회 시 오히려 500만원의 회비를 내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나눔의 정신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다.강의로 부수적인 수입이 들어오면 전액 CEO지식나눔에 기부돼 멘티 가운데 1년에 2-3명씩 선발해 장학금을 수여한다.그도 그럴 것이 멘토링 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보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있거나 일명 SKY 등의 일류대학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 노 대표의 생각이다. 노 대표는 "어려운 학생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다. 어떤 학생은 5000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늦은 시간까지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병행한다"며 "스튜던트 푸어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학생들의 열악한 환경을 대변했다.CEO지식나눔은 설립 이래 총 1162명의 멘티를 두고 있다. 주요대상은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대학생. 1, 2학년에게는 인성개발에 치중을 두는 강의를 하고 있고 3, 4학년에게는 기업에 추천서를 써주는 식의 실질적으로 취업에 필요한 도움을 준다. 실제로 한 외국인 학생도 멘토링을 통해 취업을 했다. 노 대표가 대전에 있는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다. 재학생 가운데 우수한 인도여학생을 뭄바이에 있는 LG법인에 추천서를 써줘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는 CEO지식나눔의 주된 목적은 "젊은이들을 더 올바른 사람으로 키우는데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나라 오래된 고질병인 입시위주 전달과 주입식 교육을 꼬집었다.본인도 강의를 할 때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멘토와 멘티가 서로 핑퐁이 되는 토론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EBS에서 방영한 한 프로그램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는 노 대표는 "'말문을 터라'는 주제로 방영한 이 프로그램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G20 회의에 참여한 한국기자에게 질문 우선권을 줬다. 그러나 질문하는 한국기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당황한 대통령이 그 후 몇 차례 질문 우선권을 줬지만 누구 하나 질문하는 한국기자가 없더란다. "오히려 중국기자 쪽에서 한국기자를 대신해 질문을 해도 되겠냐고 묻는 상황까지 갔다"고 한다.노 대표는 "한국기자가 반 이상일 것이고 영어에 능통한 기자도 있었을텐데 질문을 하지 않더라. 발전가능성이 무한대인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토론 문화에 머뭇거리고 주눅이 들어있다. 대부분 외국학생들은 그렇지 않다"며 안타까운 교육현실을 개탄했다. 노 대표는 또 "우리에게 멘토링을 받은 학생이 훗날 잘 되어 누군가의 멘토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CEO지식나눔은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미래 지도자급을 양성하겠다는 비전의 인재양성과 더불어 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 노하우 전수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에 비즈니스 코칭과 컨설팅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안정주 기자 wyneth27@viva100.com사진=윤여홍 기자

2014-09-21 19:29 안정주 기자

임금피크제=임금삭감제…정년 보장 후 시행 마땅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회원 수가 38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최대 시니어 커뮤니티다. 미국 내 가장 영향력이 큰 모임의 하나다. 국내에도 회원수가 18만 명인 대한은퇴자협회(KARP)가 있다. 2002년 설립된 대한은퇴자협회는 NPO(비영리단체), UN NGO(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 NGO)다.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은 물론 노령사회의 주역이 될 젊은 세대를 위해 불합리한 사회제도 개선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주력하고 있다.21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으로부터 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우리 사회가 미리 점검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정부는 은퇴로 인해 50대 이상 시니어들이 겪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확대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정년연장은 정년을 6개월, 1개월, 1년6개월 단위로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단 몇 개월 차이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덜 억울하고 충격도 줄일 수 있다. 정년연장 얘기만 나오면 정부 관계자들은 임금피크제를 들고 나오는데, 사실 임금피크제는 임금삭감제다.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식의 임금피크제는 임금을 삭감하는 공식적인 툴을 만들어낸 것일 뿐이고, 이를 핑계로 공식적으로 쫓아내는 것이다. 제대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려면 정년 후에 하는 게 옳다.”- 지난 7월 기초연금제도가 개선됐지만 국민들의 불만은 여전히 큰다.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나.“대통령 후보 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노인이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놨다. 당시 은퇴자협회는 누구나 기초연금을 받도록 하면 많은 예산을 세금으로 감당하기 어려우니 꼭 받아야 할 사람만 받도록 선별해서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선출된 후에는 수급자격을 한정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기초연금 개선안을 보면 기초노령연금에서 ‘노령’만 뺐을 뿐 다를 바가 없는 듯 보인다. 기초연금으로 개선되면서 그간 문제점이 하나 드러났다. 기초노령연금을 받던 사람 중 기초연금으로 제도가 개선되면서 3만 명이 수급자격을 상실했다. 그동안 혜택을 받지 않아도 될 사람까지 혜택을 받았다는 게 발표 사례로 명백해졌다. 국가는 돌봐야 할 사람을 돌봐야 하고, 개인도 받을 사람만 받도록 올바르게 가야 한다.”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 각 부처별로 노인일자리사업을 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기본적으로 고용에 관련된 모든 것은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각 부처별로 너무 많이 흩어져 있다. 특히 시니어 일자리와 관련한 업무를 사회보장적 성격으로 보고 보건복지부가 많이 맡아서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책임감과 효율성이 떨어진다. 일자리와 복지는 합치면 안 된다. 각 부처명대로만 일을 하면 된다. 고용노동부는 고용, 보건복지부는 복지에 맞춰야 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을 보더라도 고용은 고용노동부가 맡아서 한다. 복지 예산이 늘면서 시니어일자리는 많아지는데 일자리의 질은 향상되지 않고 있다. 결국 일자리는 해당 부처가 주도해서 추진해야 양적이 아닌 질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여전히 노년층의 일자리 문제, 즉 경제적 문제를 가장 큰 고민으로 얘기하는데 반해 여타 OECD 국가는 경제적 문제를 뛰어넘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외국 은퇴자협회를 보면 연금문제, 건강 등의 문제를 크게 다루는데 우리는 경제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을 정도로 뒤쳐져 있다.”- 그간 대한은퇴자협회의 대표적인 성과는.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대표적인 성과로 우리 사회에 전무했던 연령차별금지법 제정을 들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매우 획기적인 주택연금이다. 기초노령연금에 대해서도 올바른 개정 방향에 대한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 주도로 이뤄지면서 우리 의견이 크게 반영되지는 않았다. 국내에서 은퇴 후 노후 생활에 대해 사회적으로 깊이 인식하게 된 데는 대한은퇴자협회 활동의 영향이 컸다.우리 은퇴자협회가 보는 핵심은 ‘시니어는 가장’이라는 점이다. 가장이 쓰러지면 가정이 깨지고, 가정이 깨지면 사회가 흔들리고, 사회가 흔들리면 국가가 무너진다. 이 때문에 가장인 시니어가 쓰러지지 않도록 하는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 노년층과 청년층이 함께 하는 세대통합운동 ‘YOU(Young and Old United)’를 주요 사업으로 펼치고 있는데 “청년세대와 노년세대간 세대차는 늘 있어 왔다. 이런 간극을 줄이면서 같이 화합해 나가야 한다. 은퇴자협회는 이런 측면에서 세대 간의 소통, 공감,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활동을 12년째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기업 관계자는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말하지만 시민단체와 젊은 세대는 갈등이 아니라 차이만 존재할 뿐 이 차이를 잘 이해하고 소통, 공감을 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세대 간 차이를 갈등으로 보지만 젊은 층은 차이를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다. 세대 간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해야 소통이 이뤄진다.”차종혁 기자 cha@viva100.com

2014-09-21 18:12 차종혁 기자

직장인·봉사자·나 자신 '3번의 정년'…평생현역으로 살아라

“가장 중요한 것은 은퇴 10년 전, 적어도 40대부터 현실을 의식하고 준비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미리 알고 준비하면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일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평생 안정되고 보람 있는 노후생활을 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리 준비 해 평생 현역으로 사는 것이 답입니다.”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KTB빌딩 트러스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만난 은퇴설계 전문가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는 인터뷰 내내 ‘생애설계’ ‘평생현역’ ‘자녀 리스크’를 강조했다.그는 일본이나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경우 개인 본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생애교육’에 대한 준비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하며 ‘생애설계’ ‘노후준비’는 사실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강 대표는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자산설계는 기본, 부부관계, 자녀 리스크도 알고 있어야 한다”며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시대로 변한만큼 우리의 의식구조도 바뀌어야 행복한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고 못박았다.방송에서, 기업에서, 또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노후설계와 연금교육을 설파하고 있는 강 대표는 2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가 경함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생애설계, 교육, 자산관리, 자녀 리스크 대비 등 상황에 맞는 대안과 준비의 노하우들을 풀어놓았다.‘평생현역’으로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생애교육’을 준비해야 할까. 강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은퇴설계전문가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는 방송 기업 지자체 등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농경제학 학사, 도시샤대학교대학원 상학연구학 석사를 졸업했다. 미래에셋 투자연구소 소장, 미래에셋 부회장, 미래와 금융 연구포럼 대표를 거쳐 지금은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로 재직 중이다.-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오래 산다니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건강에 생활비에 현실적으로 여러 걱정이 앞선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 준비가 부족해 먹먹해 하는데. “나이 들어도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면 그것만큼 축복이 없을거다. 하지만 수입 없이 오래 살아야 하는 것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당장 생활비가 걱정될 수도 있다. 일본은 공적연금 받는 사람이 96.4%, 1인당 160만원 받는다. 한국은 34.8%, 1인당 36만원 수준이니 노인 빈곤층 전락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문제는 자식이 도와주기 힘들다는 점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수명이 짧아서 자식들의 72%가 노부모를 부양했고 부양기간도 평균 5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20~25년 동안이나 노인이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기존 구조가 깨져버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작년에 퇴직 예정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는데 강의가 끝나고 한 공무원이 ‘이런 강의를 10년 전에 듣게 해줬어야지 내일모레가 퇴직인데 이제야 하면 언제 준비하며, 언제 아내를 설득하라는 것이냐’며 푸념하는 소릴 들은 적이 있었다. 현실을 대변하는 예이다. 지금 막 은퇴하신 분들은 환경에 맞춰 살 수 밖에 없지만 미리 알고 준비하면 다르다.-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우선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직무연수만 하지 말고 ‘생애설계’나 ‘자산관리’와 관련한 교육을 해줘야 한다. 작년에 삼성전자의 40대 차장급 직원 대상으로 후반 인생을 생각해보는 연수가 2박3일 있었다. 명상, 건강 강좌와 삼성전자 연수부 자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었다. 교육 받은 참여자 모두 다시 한번 인생 후반에 대해 생각 해 보게 되었다고 했다.선진국 기업들은 이미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후준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최대 목재회사 와이어 하우저는 30대부터 연령대별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세이코 앱슨은 노동조합 차원에서 조합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고민했다. 투쟁해서 3% 월급 올리나 교육을 실시해 3% 수익을 올리나 똑같다는 판단에 조합원의 생애설계와 자산관리 교육활동을 노조사업으로 실행하고 있다. 이처럼 직장 외 삶, 교육, 인간관계 등 준비가 필요하다.“-자산관리는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은가? “자산관리는 주머니 3개가 필요하다. 몇 개월 이내 쓴다거나 원금이 깨지지 않는 CMA, MMF 같은 ‘저축’주머니’가 필요하다. 또 노후대비, 꿈, 집 장만 등 목적 자금을 위한 ‘투자 주머니’가 필요하다. 이것은 매달 생기는 돈을 펀드로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꼭 필요하다. 마지막은 선택사항인데 갖고 있는 금융자산 10% 미만으로 투자하는 ‘오락용 주머니’이다.자산관리 교육은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돈 관리, 경제적 자립에 관한 내용이 43페이지나 들어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딱 1-2페이지 정도다. 이렇다 보니 대학을 졸업해도 저축과 투자와의 차이를 모른다. 영국의 경우 경제, 금융, 노후설계 교육을 국가에서 하고 있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이런 교육 이 진행되고 있다. 또 개인들의 기부문화가 활성화 된 미국은 기부금을 이용해 NPO(비영리 단체)교육단체에서 좋은 금융교육들을 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도 학교도 아닌 금융기관에서 좀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요즘 경영이 어렵다 보니 이런 교육들의 볼륨이 작아지고 있다.”-20~3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에게 자산관리와 관련해서 해주실 말씀이 있으실텐데요.“사회에 금방 진출한 사회 초년생들은 ‘3층 연금’(국민-퇴직-개인)을 무조건 들어야 한다. 그리고 주식, 펀드를 사는 협의의 자산투자보다 영어를 배우는 등 몸값 높이는데 필요한 인적 자본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실력을 키우고 주특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주특기라 해서 어렵게 생각 할 필요가 없다. 외국어를 잘하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좋겠지만 상냥하게 전화를 받는 것, 직원들의 이름과 학교를 외우는 것도 하나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다. 20~30대에는 이대리, 김 과장이 아닌 자기 이름을 브랜드화 시켜야 한다. 입사해서 5년 이내에 ‘김 대리는 이것이 주특기야’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 남과 차별화 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100세 시대 가족관계 매우 중요한데 요즘 ‘자녀 리스크’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자녀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가장 큰 이유가 과다한 교육비, 자녀 결혼비용 때문이다. 대학 등록금에 이어 평균 아들 8300만원, 딸 3000만 원정도 드는 결혼비용, 결혼 후 집 마련까지 부모가 책임지려면 노후대책을 마련을 할 수 없다. 집 마련에 있어서도 부모들이 월세 1년 정도 도와주고 자립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성인 자녀 리스크’라는 것도 있다. 노후 자금으로 몇 억을 마련 해 놓아도 자녀가 사업하다 실패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이런 저런 일로 빚을 졌을 때 도와줘야 할 것 아닌가. 우리나라 50~60대가 648만 가구다. 그 중 60%정도는 지금처럼 자녀에게 돈을 쓰면 은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은퇴 빈곤층은 부부 월 94만원 이하의 생활비로 사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는 자녀에게 투자하고나면 자식이 도와줬지만 지금은 자식도 노인이기에 쉽지 않다.“-멋있게 나이들려면 무엇보다 좋은 부부관계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첫째로 부부간 서로의 생각차이를 메워야 한다. 퇴직 후 부부가 여유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조사했는데 여유시간 절반을 부인과 보내고 싶다는 남편은 80%인 반면 남편과 여유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부인은 20%밖에 되지 않았다. 40대부터 어디 살 것인가의 질문에 남편들은 농촌에서, 부인들은 대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다르다. 예전에 단둘이 사는 시간이 약 1년 조금 넘었다면 100세 시대에는 거의 19년 정도를 부부 단 둘이 살아야 하는데 생각차이를 좁히지 않으면 황혼이혼은 점점 늘어날 수 밖에 없다.두 번째로 남자에게 소일거리 있어야 하며 아내는 그런 남편을 응원 해 줘야 한다. 일본에서는 은퇴남편 인기 1순위가 ‘집에 없는 남편’이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국영기업에서 부장으로 일하다 은퇴한 후 5년 동안이나 방황했던 분이 계신다. 이 분이 얼마 전부터 아파트 경비를 시작했는데 아침마다 아내가 도시락을 싸준다. 이 분은 아파트 경비실에서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펼칠 때마다 천국이 따로 없다고 하며 흐뭇해 했다. 어떤 일이든 은퇴 후 할 일이 있어야 한다는 점과 아내의 응원은 매우 중요하다. ”-중·장년 일자리가 늘고 있긴 하지만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들을 많이 한다. 일은 많아도 막상 내가 할 일은 없더라 하는 말도 많이 들린다. 정부,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재취업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수명이 짧을 때는 공부-취직-퇴직의 사이클로 퇴직 후 기껏해야 10년정도 살다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부-취업-공부-새로운 삶을 찾는 순환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일을 한다는 것이 모자란 생활비 뿐 아니라 보람있는 삶, 건강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최근 들어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재취업을 위한 많은 교육들이 이뤄지고 있다. 각 지자체나 평생교육원등에서 은퇴자들을 위한 교육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곳에 가면 새로운 공부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데 문제는 여자들이 아닌 남자들이다. 강동구 여성 자치대학에 가보니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에 놀랐다. 반면 남자들은 회사 은퇴하고 쑥스럽다는 등 여러 이유들로 참여가 저조하다.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3번의 인생정년이 있다고 말씀 하셨는데.“55세의 ‘고용정년’, 자원봉사활동, 허드렛일 등을 정해서 하는 ‘일의 정년’, 인생을 마무리하는 ‘인생정년’이 있다. 그렇기에 인생정년을 잘 맞이하기 위한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현역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대담 = 방형국 문화부장, 사진 = 윤여홍 기자 정리 =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2014-09-17 19:08 방형국 기자,노은희 기자

[인터뷰-김순은 교수] 공동체가 고령화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

급속한 고령화와 노인빈곤, 저출산, 세대 간 갈등.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우리의 자화상이다.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직장과 고용연령은 예전과 비슷하지만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은퇴 후 30년이란 세월이 남았다는 사실이 국민을 불안케 한다.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100세 시대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시대를 맞기 위해선 개인의 노력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브릿지경제는 12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고령사회와 사회자본 연구센터장인 김순은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나 100세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국가와 개인이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b김순은 교수 ◆ 100세 시대 준비는 세대별 역할 정립에서부터우리나라의 부모는 대부분의 재산을 자녀의 교육과 결혼자금에 쏟아 붓는다. 하지만 자녀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한다고 해서 자녀가 나이든 부모 부양을 책임지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는 젊은 층의 고용불안, 맞벌이 가정의 증가, 핵가족화의 고착 등 부모 세대와는 다른 사회로 변화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노인 빈곤, 저출산 등의 문제는 가정 내의 세대별 역할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다고 지적한다.김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핵심 세대가 돼야 하는데 너무 가정에 얽매여 있다"며 "가정 내에서 역할을 빨리 나누는 것이 좋다. 부모가 자녀의 교육과 결혼에 대부분의 돈을 쏟아 부으면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부모가 자녀 지원에 돈을 다 써도 자녀가 부양해준다는 확신이 있다면 괜찮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핵가족화, 1·2인 가구 증가 등 가족구성원의 변화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 정도는 해줄 수 있고 나머지는 스스로 해결하라는 식의 약속이 있어야 부모도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세대 간 역할 정립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세대 간 잘못된 역할 배분'과 '대를 잇는 가족경영'을 꼽았다.그는 "일본의 경제를 이끌어온 단카이 세대들이 현재 60~70대다. 이들이 사회의 실권과 돈을 전부 쥐고 있으니 의사결정이 늦고 사회에 활력도 없다"며 "젊은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일본의 대를 잇는 가족경영방식도 잃어버린 20년을 부추긴 요인이었다고 말한다. 부모와 자식이 같은 일을 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같은 문화가 고착화되면서 분야별로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것이다.김 교수는 "일본의 가족경영방식은 좋게 평가받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은 문화로 인해 업종별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카르텔도 생긴다. 벤처기업을 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래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이에 반해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우리나라 노인들은 돈이 많지 않다. 자꾸 일을 하면서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이드신 분들이 해야 할 역할과 젊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 균형적이어야 100세 시대에 연착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체가 고령화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100세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획기적으로 세수를 확보해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이유로 김 교수는 개인들이 너무 국가에만 의존하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공공기관은 어떻게 해도 개인보다 돈을 비효율적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김 교수는 국가가 아닌 개인들이 뭉쳐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면 건강한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그는 "만약 내가 70세가 된다면 80세가 되신 선배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내가 80세가 되면 후배가 내 휠체어를 밀어주면 좋지 않겠냐"며 "이런 걸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큰 돈을 들여 간병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노인들이 간병서비스를 이용할 여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국가가 모든 노인을 돌본다면 젊은 근로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노인들 스스로 모여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돕는다면 큰 돈 안 들이고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한편 김 교수는 현재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동체 사업이 정치적 도구로 쓰일까 우려했다. 그는 "현재 정부나 지자체의 공동체 사업은 순수하게 바라볼 것이냐. 정치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정치인 입장에서는 공동체가 자신의 세포조직이 될 수도 있다. 이같은 인식이 팽배해지면 상대 당 입장에서는 정책적으로 지원하길 꺼려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국민에게 100세 시대 준비 독려해야100세 시대 준비는 혼자서 할 수 없다. 특히 김 교수는 정부가 국민에게 100세 시대를 준비하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야한다고 강조한다.그는 "사회 초년생들은 버는 소득을 100세에 맞춰 재무설계를 해야하지만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부분을 국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따라서 김 교수는 세대 별로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 세대의 경우 자녀 교육에 들어가는 예산과 결혼자금에 들어가는 자금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인생의 재미가 돈만 갖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 없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며 "욕심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 세대 간 양보를 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김순은 교수(59)는 1955년 강원도 춘천시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사를, 동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1989년 켄트주립대학교를 시작으로 케임브리지대학교, 런던정경대학교 등을 거쳐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고령사회와 사회자본 연구센터는 한국연구재단 사업의 '한국사회과학연구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출범했다.민경인 기자 mkibrdg@viva100.com

2014-09-14 21:02 민경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