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친절한 안산법원 장수영 판사와 횡설수설 조두순

최제영 기자
입력일 2024-03-21 13:14 수정일 2024-03-21 13:14 발행일 2024-03-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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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뉴스에서 사라지길\" 희망
최제영 국장
최제영 경기취재본부 국장

지난 20일 오후 2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404호 법정. 야간외출 제한 명령을 어긴 조두순의 전자장치부착등에 관한 법률 위반 판결이 있는 날이었다.

사건의 관심이 큰 탓인지 주요 언론사 기자 15명이 운집해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재판은 비교적 자상하고 친절한 장수영 판사의 판결문 낭독에도 불구하고 재판정에서횡설수설 하는 조두순의 태도가 연출되면서 한때 법정안이 술렁였다.

장수영 판사는 판결에 앞서 검은 색 점퍼에 긴 머리를 묶고 법정에 출석한 조두순이 귀가 잘 들리지 않다는 점을 의식한 듯, 헤드폰을 끼게 했고 이후에도 “이제 잘 들리느냐”라고 확인까지 해줬다.

그런데도 조두순이 잘 안들린다고 하자 장 판사는 비교적 큰 목소리로 판결문을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장 판사는 법정 구속과 3개월의 실형에 대해서도 두 차례에 걸쳐 손가락으로 조두순에게 전달하는 등 판결 배경을 전달하려 애썼다.

판결 중간에 조두순이 “아내가 집을 나가 싸웠다”거나 드라마 “사랑과 전쟁” 얘기를 꺼내는 등 횡설수설함에도 장 판사는 판결 후에 얘기할 기회를 주겠다고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초소에 간 게 잘못이냐”는 등 판결 중간에 계속해서 끼어 들었다.

그러나 법원의 조두순에 대한 외출금지 준수 위반 처벌의지는 단호했다.

장수영 판사는 판결문에서 “전자장치 피부착자에 대해 준수사항을 부과하는 것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위반행위는 단 1회라도 가볍게 볼 수 없다”면서 “이 범행으로 지역사회 치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벌금액을 양정하고 감액을 구하는 등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징역 3개월의 실형에 대해서도 “검사가 구형한 1년에 못미치나 벌금형의 법정 상한인 벌금 1천만원의 통상 노역장 유치 기간에 근접하고 누범 기간인데다 도주 우려도 있다”고 일침했다.

조두순은 지난해 12월 4일 오후 9시 이후 야간 외출 금지 명령을 위반하고 같은 날 오후 9시 5분께 집 밖으로 40분가량 외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2008년 12월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20년 12월 12일 출소해 와동에 부인과 거주하고 있다.

조두순이 3개월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그의 집 주변에 근무하던 경찰 등도 당분간 철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단원경찰서 경찰관들이 주야간 2명씩 근무하면서 조두순의 야간 외출 금지 등 특별준수사항 준수 여부를 감시해왔다.

교도관에 이끌려 구치소로 향하는 조두순을 보면서 친절한 장수영 판사의 훈계를 잘듣고 자신을 성찰해야 할텐데라는 소망을 해봤다.

최제영 기자 cjy.800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