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후 ‘승진 탈락’… 중노위, ‘성차별’ 첫 시정명령

김명은 기자
입력일 2023-10-16 09:42 수정일 2023-10-16 09:45 발행일 2023-10-1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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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 도입 후 첫 제재
중노위사진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직원을 승진에서 탈락시킨 사업주에게 중앙노동위원회가 처음으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이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하는 남녀를 차별하는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중노위는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승진에서 차별한 한 과학·기술서비스업체 사업주에 대해 지난달 4일 시정명령 판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5월 남녀고용평등법에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된 이후 내려진 첫 시정명령 판정이다.

중노위에 따르면 근로자 A는 B부서의 파트장을 맡고 있었는데 출산을 앞두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회사는 출산휴가 직전 A가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점과 B부서의 업무량 감소, 적자 등을 이유로 B부서를 다른 부서와 통폐합하고 A의 파트장 직책을 해제했다.

1년간 육아휴직 후 복직한 A는 일반 직원으로 강등돼 다른 파트로 배치됐다. 이후 A는 부서장 평가에 따라 승진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고,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앞서 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성차별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육아휴직은 남녀 직원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이 남녀 차별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중노위는 해당 회사의 직원 중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이상 많지만 최근 5년간 육아휴직자는 여성이 남성의 2.7배 이상일 정도로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현저히 높다는 점에서 여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즉, A에 대한 차별을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하는 남녀 차별 행위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사업주에 대해 A에게 승진 기회와 차별받은 기간의 임금 차액을 지급하고, 육아휴직자를 차별하는 내용의 취업규칙과 승진규정을 개선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중노위 관계자는 “이번 판정은 근로자가 차별 걱정 없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저출산 문제의 적극적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김명은 기자 suppor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