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론 못낸 최임위…법정심의기한 넘겨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6-29 23:56 수정일 2023-06-29 23:56 발행일 2023-06-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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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반발’ 무산 위기에서 가까스로 정상화
노동계 “1만2210원” vs 경영계 “동결” 평행선
내달 4일 제10차 회의서 본격적인 수정안 논의
복귀한 노동계 '최저임금 놓고 신경전'<YONHAP NO-3452>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해 박준식 위원장의 개의를 지켜보고 있다.(연합)

최저임금위원회가 노동계의 복귀로 가까스로 정상화됐지만 법정 심의 기한 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결정하지 못했다.

최임위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시작했다. 박준식 최임위원장은 회의 전 모두발언을 통해 “법정 심의 의결 기한이지만, 현재 노사의 최초제시안은 간극이 너무 큰 상황”이라며 “이를 좁히기 위해 신속하고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가급적이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양보와 타협 정신으로 심의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최임위는 노동계의 회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해 논의 자체가 무산될 위기였으나, 근로자위원들이 참석을 결정하면서 정상적으로 개최됐다. 앞서 지난 27일 진행된 제8차 전원회의에서는 근로자위원 8명이 김준영 한국노련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근로자위원 해촉에 항의하며 퇴장한 바 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최종 불참까지 고려했지만, 최저임금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이땅의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고 권리를 개선하기 위해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기로 했다”면서 “노사 동수의 원칙이 깨진 채 노동계에 불리한 여건 속 심의가 강행되고 있다. 노동부의 월권행위로 자율성과 공정성, 독립적인 운영이 되지 않은 것에 엄중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준식 위원장은 노사간 대등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한 논의와 결정이 가능하도록 공정한 운영 방안을 마련해 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사무처장은 지난달 말 광양에서 망루농성을 벌이던 중 체포됐는데, 고용노동부는 이를 근거로 근로자위원에서 직권 해촉했다. 이후 한국노총은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근로자위원으로 위촉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노동부는 그가 김 사무처장과 공범이라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현재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6명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류기정-류기섭 '무슨대화?'<YONHAP NO-3578>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대화하고 있다.(연합)

이날 회의에서는 본격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근로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9620원)보다 26.9% 인상한 시급 1만2210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고 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지난 4년간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최저임금 인상은 실질임금 삭감으로 이어졌고, 월급 빼고 다 올라 최저임금을 대폭 올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법정심의기한은 단 9차례 유지됐던 만큼 최저임금을 충분히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도록해야한다. 졸속으로 논의되지 않도록 충분한 심의 일정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류기정 경총 전무는 “최저임금법이 제시하는 결정기준과 소상공인, 영세중소사업체의 지급능력까지 고려해 동결을 제시한 것”이라며 “최근 5년 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를 넘는 만큼 고율의 최저임금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임금인상보다 일자리 자체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역시 “최저임금이 동결되지 않으면 최저임금의 대상인 저소득계층이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인건비 문제로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들과, 최저임금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인 저소득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9차 전원회의 입장하는 박준식 위원장<YONHAP NO-3607>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

이후 양측은 늦은 밤까지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논의했으나, 입장차만 드러낸 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법정 심의 기한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최임위가 법정 심의 기한을 지킨 것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9번에 불과하다. 지난해 8년 만에 법정 기한을 지켰으나, 올해는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최임위는 오는 7월 4일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수정안 제출 등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은 매년 8월 5일까지 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만큼 이의 절차 등을 고려해 7월 중순까지는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