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동일인 판단 기준·절차 명문화…대기업 이의제기 절차 신설

곽진성 기자
입력일 2023-06-29 20:49 수정일 2023-06-29 20:49 발행일 2023-06-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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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 내달 20일까지 행정 예고
한기정 “기업집단 절차적 권리 두텁게 보장 기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시책의 준거점이 되는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 행정예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동일인 제도 도입 37년 만에 판단기준이 마련되고 절차가 명문화 된다. 기업집단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가 신설되며 절차적 권리 제고도 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을 내달 20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동일인제도는 지난 1986년 대기업집단 제도 도입 이후 운영돼왔다. 동일인은 대기업집단 제도가 도입된 이래 사용된 용어로, 규제의 기준점이다. 실제로 규제의 대상과 범위를 결정하는 핵심개념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동일인제도 규정에 대한 정의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면이 있었다. 명문화된 규정의 부재 상태에서 동일인 제도는 그간 실무적 수준에서 운영을 이어왔다.

제도 초기에는 다행히 변수가 적었다. 그러나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며 기준마련 필요성이 제기됐다. 2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증가하고, 다양한 지배구조의 기업집단 출현이 이어질수록 뚜렷한 판단기준 명시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동일인 판단기준과 확인절차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마련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시책의 준거점이 되는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 행정예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정안은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 5가지를 동일인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5가지 기준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실무적으로 지금까지 수십 년간 가져왔던 기준들을, 실무적으로 공통적인 요소를 추출해서 만들었다”며 “거기다 플러스(더)해서 연구용역 그리고 전문가 의견까지 수렴을 했다”고 설명했다.

동일인 판단시 각 기준에 해당하는 자연인이 누구인지 고려하되, 각 기준에 해당하는 자가 상이할 경우는 이들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5가지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기준은 동일인에 관한 법률 규정에 의거 ‘해당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라는 설명도 나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5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며 “그 기준 중에서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라는 실질 기준이 아마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다. 나머지 기준들은 실질적인 기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참고사항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기준에 부합하는 자연인이 있을 때는 그 자를 동일인으로 판단한다. 다만 기준에 부합하는 적절한 자연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는 법인이 동일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시책의 준거점이 되는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 행정예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 공정위는 동일인 확인 등에 있어 지정자료 제출 전 동일인을 확인하는 절차인 ‘동일인 확인절차’를 명문화 했다. 2년 전부터 실무적으로 운영돼왔던 해당 절차는, 이번 제정안을 통해 명시됐다,

기업집단에게 지정된 동일인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도 신설했다. 해당 절차는 동일인 확인 결과에 대해 이의가 있는 기업집단은 공정위에 재협의를 요청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각서는 ‘해당 절차의 실효성 ’에 대해 의문도 제기한다. 공정위가 기업의 재협의 요청에 스스로 정한 판단을 뒤집을 수 있겠느냐는 측면에서다.

이에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 공정위와 기업간) 서로 간에 간극이 있었다”며 “그런데 미리 저희가 (판단기준) 5가지를 이야기해 주고 서로 상호 담당자하고 기업집단 담당자하고 소통을 하게 되면 저희도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한 번 더 재고해 볼 수 있는 상황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이 제정안을 통해 동일인 판단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제고돼 법을 적용받는 대상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위원장은 “동일인 확인 절차 과정서 기업집단이 공정위와 협의, 재협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기업집단의 절차적 권리가 두텁게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