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내년 최저임금 동결 요구 “최저임금 인상 요인 찾을 수 없어”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6-27 18:45 수정일 2023-06-27 18:48 발행일 2023-06-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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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26.9% 인상한 1만2210원 제시…최임위 퇴장
8차 전원회의 입장하는 박준식 위원장<YONHAP NO-3344>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연합)

경영계가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요인을 찾을 수 없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동결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열린 최임위 제8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의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최초 제시안이 제출됐다. 근로자위원들은 지난 22일 밝혔던 바와 같이 올해 최저임금(9620원)에서 26.9% 인상된 1만2210원을 제시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올해와 동일한 9620원을 제안했다.

경영계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 이유에 대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상당기간 최저임금을 안정화해야 한다”면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은 이미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 생계비도 정책 대상이 되는 비혼 단신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비 수준은 넘고 있는 만큼 제도 목적은 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에 달하는 반면 같은 기간 1인당 노동생산성은 0.2%,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4% 인상에 그치고 있다. 노동생산성 측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요인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최저임금이 빠르게 올랐지만 소득분배지표들은 개선되지 않았다. 소득분배를 목적으로 부정적 파급효과가 큰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내수 소비 활성화, 임금 불평등 해소, 노동자 실질임금 감소 등을 이유로 올해보다 26.9%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경총이 숙박·음식점업이나 5인 미만 사업주들을 걱정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안된다고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큰 폭으로 올랐는데, 정말 걱정이라면 그 돈부터 풀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저임금노동자들의 생활안정·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면서 “물가폭등을 비롯한 여러 상황으로 노동자와 서민들은 너무 어려운 만큼 전체노동자 평균임금이나 가구생계비를 근거자료로 활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위원들 없이 진행되는 8차 전원회의<YONHAP NO-3168>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이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박준식 위원장(왼쪽 세번째)이 의사봉을 두리리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연합)

한편 이날 노동계가 최임위에서 퇴장하면서 이틀 남은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이 지켜지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고용노동부는 어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대신할 신규위원에 대해 한국노총이 재추천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에 대한 위촉을 거부했다”면서 “김 사무처장과 공동행위자라는 대단히 무례하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신규위원으로의 위촉을 거부한 것”이라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최임위 근로자위원 1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천한 김 위원장에 대해 ‘동일사안’이라며 재위촉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이라며 “도저히 최임위를 지속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 강력히 규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날 회의는 근로자위원 없이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들만 참석한 채 논의가 이어졌다. 다음 회의는 오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