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근로자위원 위촉 거부 납득 못해” 근로자위원, 최임위서 전원 퇴장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6-27 16:50 수정일 2023-06-27 16:50 발행일 2023-06-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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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망루농성’ 김준영 위원 해촉 후 노동계에 위원 추천 요청
한국노총 김만재 위원장 추천했지만 노동부 거부…“향후 참석 숙고”
전원회의서 퇴장하는 근로자위원들<YONHAP NO-3196>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을 비롯한 근로자위원들이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연합)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이 정부의 신임 근로자위원 위촉 거부에 반발하며 최임위 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이들은 향후 최임위 회의 참석 자체를 숙고하겠다고 밝혔는데, 법정 심의기한 내 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임위 제8차 전원회의에서 “고용노동부는 어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대신할 신규위원에 대해 한국노총이 재추천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에 대한 위촉을 거부했다”면서 “김 사무처장과 공동행위자라는 대단히 무례하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신규위원으로의 위촉을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사무처장의 해촉 사유는 최임위원으로서의 품위 손상이다. 그간 최임위 운영 과정에서 품위를 손상한 사례는 여럿 존재했는데, 현재 노동탄압 국면 속에서 구속상태인 김 사무처장의 불리한 여건을 악용해 강제해촉한 것은 떳떳하지 못한 처사”라면서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최대한 협조하며 대화를 통한 절차에 정당성 있게 응했지만 온당치 않은 이유와 비상식적인 노동부의 행태 앞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정부의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의 노동 탄압 폭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최임위 회의 참석이 어렵다”면서 “향후 최임위 참석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던 중 구속된 김 사무처장을 최임위 근로자위원에서 해촉한 바 있다. 이후 노동계에 새 근로자위원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한국노총은 공석이 된 근로자위원 자리에 김 위원장을 추천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전날 한국노총에 “해촉된 위원과 공동 불법행위 혐의로 수사 중인 상황에서 제청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새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지난 회의에서 노동부의 최임위 운영·심의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와 관련해 항의한 바 있다”면서 “오는 29일까지 법정 심의기한을 강조하면서 결국 내년 최저임금 수준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심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짜인 구도에서 심의가 진행돼야 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모두발언 이후 근로자위원들은 모두 회의장 밖으로 퇴장했다. 류 사무총장은 “최임위 근로자위원 1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천한 김 위원장에 대해 ‘동일사안’이라며 재위촉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이라며 “도저히 최임위를 지속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 강력히 규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위원장 역시 “추천한 위원을 제청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최저임금 심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29일 진행될 예정인 최임위 제9차 전원회의에 노동계가 참석할지 여부에 대해 류 사무총장은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바로 장담하긴 어렵다”면서 “아직 기소단계에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수사 중인 상황이라 위촉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