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 언급한 이낙연, 이재명 대체제로 부상하나…견제 시작한 여당

김주훈 기자
입력일 2023-06-25 15:43 수정일 2023-06-26 13:10 발행일 2023-06-26 4면
인쇄아이콘
이낙연 “못다 한 책임 다하겠다”…비명계, 분란 조짐에 ‘확대해석’ 경계
민주, 대안부재론 속 이낙연 역할론 점화…여당 “대체제 될 수 없어” 견제
마중 나온 의원들과 인사 나누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마중나온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 외에는 지지층 결집이 어렵다는 소위 ‘대안부재론’이 만연한 상황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귀국 일성으로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정치활동 재개를 시사한 만큼, 당내 계파 간 주도권 경쟁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표는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 전쟁 73주년 기념식 참석 후 ‘이 전 대표가 귀국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어서 모두가 힘을 함께 모아야 한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인 만큼, 이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세 결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계파 갈등보단 당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이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며 말을 줄이는 상황이다. 현재 당내 일각의 반발에도 ‘이재명 체제’는 확실히 자리 잡고 있고, 괜한 언급이 계파 갈등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 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전날 발언은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된 상황이다.

당장 이 전 대표 귀국길에 참석한 윤영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미안함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암시”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고, 설훈 의원은 “당이 위기에 처하면 몸을 던져 당을 구해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당이 총선을 앞둔 만큼, 이 전 대표의 당내 역할론은 지속적으로 분출될 전망이다. 비명계 일각에선 ‘사법리스크’를 지닌 이 대표를 얼굴로 총선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고, 한 중진 의원은 “(지난) 대선·지방선거 평가를 통해 ‘우리가 뭘 잘못했구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재명 체제에 대한 평가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동안 중심축이 없던 비명계가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은 형성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이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의)대체제가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 대표가 총선을 이끌면 여당이 이긴다는 낙관론이 만연했던 만큼, 벌써 견제에 나선 것이다. 결국 정치권의 모든 시선이 이 전 대표를 향한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당내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주훈 기자 jh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