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출산 보장한다면서 산모추적… 개인정보 논란된 ‘출생통보제’

이정아 기자
입력일 2023-06-25 15:27 수정일 2023-06-25 15:35 발행일 2023-06-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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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생통보제’·‘출산보호제’ 도입 박차
“개인정보 수집 신중하게 진행될 필요 있어”
현실이 된 인구절벽…지난해 11월 인구 첫 자연감소 (CG)
(사진=연합)

최근 전국 각지에서 영아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대안으로 내세운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서로 상충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임신 또는 출산 사실을 밝히기 어려운 산모를 국가가 보호하겠다는 것이 ‘보호출산제’인데 막상 출생신고를 못할 경우 산모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겠다는 건 익명성 보장이 지켜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출생통보제’란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출생 사실을 알리는 제도다. 현재 ‘출생통보제’의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복지부는 국회와 협의해 ‘출생통보제’가 빠르면 6~7월 중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대부분 아동의 출생기록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임신 또는 출산 사실을 밝히는 것을 꺼리는 산모를 위해 자신의 신원을 감춘 채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 ‘보호출산제’ 도입도 병행 추진키로 했다. 복지부는 매년 약 100~200명의 영아가 병원 밖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두 제도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참석해 “산모의 인적사항 등을 입수해 추적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발언한 것과 어긋난다.

임신 또는 출산 사실을 밝히는 것을 꺼리는 산모는 영아의 출생신고를 누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보호출산’ 이후 다각적인 지원을 통해 출생신고를 유도해야지, 개인정보를 입수해 추적하겠다는 ‘상벌’의 개념은 이들을 더욱 음지로 내몰리게 한다는 비판이다.

또 출생신고가 안된 아동 보호자를 추적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개인정보 수집 대상과 범위, 용도를 명확히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논란이 일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경진 전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은 “정부가 수집하는 산모의 개인정보는 가명처리 된 정보가 아닌 만큼 누가 그 정보를 얼마나 어떻게 보관하고 그 정보가 어떤 정보랑 결합할 것인지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