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2210원 제시…경영계 “문 닫으라는 것”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6-22 16:59 수정일 2023-06-22 17:00 발행일 2023-06-2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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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최초요구안, 올해보다 26.9% 인상…월 환산 255만1890원
경영계 “중기·소상공인 현실 외면” 반발…“업종별 구분적용 필수”
노동계, 24년 적용 최저임금 최초요구안 발표<YONHAP NO-3322>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비롯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이 2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최초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노동계가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6.9% 오른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은 22일 제7차 전원회의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인 9620원(월 201만580원)보다 26.9% 많은 것으로, 월급으로 환산할 경우(월 근로시간 209시간 기준) 255만1890원이다.

이들은 인상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소비 활성화, 노동자 가구 생계비 반영을 통한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 악화하는 임금 불평등 해소,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최저임금 노동자 실질임금 감소 등을 제시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물가폭등과 실질임금 저하 현상으로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 생계는 나락에 직면했다. 분배지표 악화로 우리나라는 불평등 양극화도 걱정해야 할 판”이라며 “이렇다 할 성장동력도 마땅히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경제를 지탱하는 것은 내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와 최저임금 노동자의 가구원 수 분포, 국제기구 권고, 최임위 제도개선위원회 의견 등을 고려할 경우 가구 생계비가 최저임금 결정의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물가 전망치로 환산한 내년도 적정생계비는 1만4465원으로, 근로자 가구의 경상소득 대비 노동소득의 평균비율인 84.4%를 고려할 경우 1만2210원이라는 것이다.

근로자위원들은 또 최저임금제도 개선 요구사항으로 △가구생계비 반영 △사업의 종류별 구분 적용 삭제 △산입범위 정상화·통상임금 간주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등을 제시했다. 중소·영세상공인 상생 지원을 위해서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 △일자리안정자금 등 직접 지원사업의 예산 확보 △불공정 가맹·대리점 거래 방지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와 신용보증 강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세계적으로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흐름을 반영했다”면서 “헌법과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플랫폼 근로자와 프리렌서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산입범위 확대 부작용과 제도운영, 모든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을 함깨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업종별 구분 적용' 입장차 큰 노사<YONHAP NO-3781>
2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가 최저임금 구분적용 필요성을 강조하며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연합)

사용자위원은 이날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할지는 불분명하지만, 근로자위원의 최초 제시안에 대해서는 반발하고 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이날 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인상하라는 것은 이들 모두 문을 닫으라는 것과 같다”며 “대부분의 근로자들과의 생각도 다른 만큼 근로자위원들의 최초요구안에 대해 납득이 힘들다”고 말했다.

또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을 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은 모든 업종에서 준수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지만, 그동안은 최저임금 준수가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결정돼 왔다”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구분적용이 실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위원 강제 해촉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김 사무처장의 해촉 이후 한국노총이 추천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에 대한 노동부의 난색에 대해서 반발했다.

류 사무총장은 “한국노총 내 최대 산별인 금속노련의 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사업장이 많다. 이에 따른 의견을 들어 추천한 것”이라며 “(위촉이 불가능하다는 것은)노동부 판단일 뿐이지 한국노총 판단하기에는 김 위원장의 위촉이 저해될 사유가 없다고 판단된다. 최임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상황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