弗 찍고 베트남 간 기업 총수들… 이번엔 '포스트차이나' 다진다

박기태 기자
입력일 2023-06-22 15:56 수정일 2023-06-22 16:15 발행일 2023-06-2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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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각 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그룹 총수들이 2박3일(19~21일)간의 프랑스 파리 출장을 마치고 곧바로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은 하노이 현지 기준 22일 오후 4시께 도착해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경제 사절단으로서 활동에 들어간다. 특히 베트남은 이미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등 우리 기업들이 주력 사업의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어 추가 투자·수주 소식이 들릴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 그룹 회장단 8명은 21일(현지 시간) 엘리제궁에서 이뤄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면담을 끝으로 파리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출국했다.

이들은 파리 출장 기간 중 ‘2030 국제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등과 함께 국제박람회기구(BIE) 연차 총회에 참석했다. 이번 BIE 총회에서는 오는 11월 ‘2030년 엑스포’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최종 분수령이 될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179개국 BIE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졌다. 또한 BIE 회원국 대표 등 관련 인사들을 초청하는 리셉션에 참석해 집중적인 ‘2030년 엑스포’ 교섭활동을 전개했다. 이후에는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에너지, 미래 교통수단, 의료·바이오 등 미래 전략산업 등에 대한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 총수들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면담을 끝으로 베트남으로 건너가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에 합류한다.

베트남에서는 윤 대통령의 방문 일정에 맞춰 ‘한·베트남 비지니스 포럼’과 ‘한·베트남 파트너십 박람회’ 등 대규모 경협 행사가 열린다. 여기서 기업별 구체적인 투자 계획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베트남 경제사절단은 대기업 24곳, 중견기업 28곳, 중소기업 138곳, 경제단체 6곳, 협회·조합 6곳, 공기업 3곳 등 총 205곳으로 구성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최대 규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도 함께 한다. 이들은 경제사절단으로서 베트남과의 공급망 협력, 미래산업분야 공조 등 차세대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특히 이재용 회장 등 4대그룹 총수는 베트남 현지에 사업장들을 점검하고 새로운 투자 계획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베트남 현지에 생산법인 6개와 판매법인, R&D(연구개발)센터까지 두고 있다. 주요 전자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도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카메라모듈 등 주요 제품을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이재용 회장도 베트남 사업에 적극적이다. 지난해에는 총 2억2000만달러(약 2830억원)가 투입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SK는 베트남 현지 법인을 통한 사업 확장과 유망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해 베트남 최대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의 유통전문 자회사 빈커머스 지분 16.3%를 매입한데 이어 마산그룹의 유통 지주사 크라운엑스에도 투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베트남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은 동남아 4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판매국으로, 최근 경제 성장과 맞물려 빠르게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는 베트남 현지 판매 차종의 판촉 활동에 주력하는 한편, 신규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MPV(다목적 차량) 모델 등을 추가로 투입한다. 아울러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오는 7월부터 현지에서 본격 생산하며 베트남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아도 쏘넷, 카니발, 스포티지, K3 등 현지 판매 차종의 판촉·마케팅 활동을 적극 전개한다.

구광모 회장도 주요 그룹사들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투자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1995년 베트남에 첫 진출한 LG그룹은 현재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이 베트남 내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총 12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최근 첫 전장부문 R&D 센터를 베트남에 짓기로 했다.

HD현대 정기선 사장도 베트남 중부 칸호아성에 위치한 현대베트남조선을 찾아 공정 진행사항을 살피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기선 사장은 “앞으로도 현대베트남조선이 한국 조선업을 대표하는 성공신화를 써 나갈 수 있도록 저도 자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