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구속된 최임위 근로자위원 직권 해촉…한국노총 “강력한 유감”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6-21 17:59 수정일 2023-06-21 19:12 발행일 2023-06-21 99면
인쇄아이콘
최임위 근로자위원 해촉은 처음…노동부 “노사법치 정면으로 어긋나”
한국노총 “월권이자 직권남용” 반발…법정시한 준수 어려워질 듯
지난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인 김준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상임부원장의 자리에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손팻말이 놓여있다.(연합)

고용노동부가 구속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근로자위원을 직권 해촉하기로 한 가운데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해 직권으로 위원 해촉을 제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이 해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른 것으로, 시행령에는 ‘직무태만, 품위손상이나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위원으로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대통령이 해당 위원을 해촉할 수 있도록 돼있다.

앞서 김 사무처장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던 중 흉기를 휘둘러 진압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지난 2일 구속된 바 있다. 이에 노동부는 김 사무처장이 노사법치에 어긋나는 불법행위를 한 만큼 해촉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불법시위·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흉기를 사용하여 대항한 것은 노사법치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며 “전체 근로자를 대표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근로자위원으로서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해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김 사무처장 대신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근로자위원으로 위촉해 줄 것을 요청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동부는 김 사무처장과 함께 망루 농성과 관련한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에 대한 위촉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와 경영계 '고민'<YONHAP NO-3296>
지난 1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전원회의가 잠시 휴정되자 사용자, 근로자, 공익위원들이 이석하고 있다.(연합)

노동계는 김 사무처장 해촉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박준식 최임위원장은 지난 3차 회의때부터 김 사무처장의 부재와 관련한 대안 마련을 약속했고, 부재 위원의 위임을 받은 자가 대리표결 할 수 있도록 운영규칙 개정을 약속한 바 있다”며 “그러나 지난주 말 즈음 노동부가 김 사무처장에 대한 위원 해촉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한 뒤 대신할 신규 위원을 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노총은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법정심의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고심 끝에 신규 위원 추천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신규 위원을 추천하는 것과 해촉 사유를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면서 “김 사무처장이 품위를 손상했다는 것은 노동부의 판단이다. 노동조합 간부로서 하청노동자의 투쟁에 앞장선 것은 상급단체 간부로서의 명예를 지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은 노동부의 비상식적 결정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최저임금위원 중에 기소된 사례도 있었지만, 노동부는 해당 위원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직능단체를 대표해 참석하는 위원들을 마음대로 해촉하는 것은 월권이며 직권남용이며, 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법질서 훼손행위”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오는 22일 제7차 최임위 전원회의를 앞두고 내년도 적용될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밝힐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도 김 사무처장의 해촉에 대한 규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노정간 갈등이 최임위까지 번지면서 법정 심의 기한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어려워졌다도 전망이 나온다. 최임위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차등적용뿐만 아니라 금액도 결정해야 하는데, 법정 심의 기한인 오는 29일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노동부는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이 임박한 만큼 해촉 제청과 동시에 신규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등 최저임금 심의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