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5년 내 민간 어린이집 절반 이상 사라질 것”… 우려되는 영유아 보육체계

이정아 기자
입력일 2023-06-06 16:01 수정일 2023-06-07 17:21 발행일 2023-06-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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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어린이집 6596곳 감소… 민간은 최근 3년간 1000곳씩 줄어
복지부 “어린이집 취약지 확인하는 도구 개발… 수요있는 곳은 유지토록”
어린이집
(사진=연합)

출생아 수 감소로 민간 어린이집이 폐업하거나 노인요양시설로 탈출하는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향후 5년 내 민간 어린이집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민간 어린이집이 정부 지원책 없이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동이 났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공공돌봄의 질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어린이집의 공백을 쉽게 메울 수 없다는 점에서 영유아 보육체계가 우려된다.

6일 통계청의 ‘어린이집 시설 수 및 아동수 현황’ 지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1~2021년) 어린이집 수는 3만9842곳에서 3만3246곳으로 6596곳 줄었다. 같은 기간 보육아동 수는 134만명에서 118만명으로 16만명 감소했다.

어린이집은 민간일수록 가파르게 줄어들었는데 2011~2018년까지는 매년 2~300곳씩 줄다가 2019년부터는 1000곳 가까이 감소했다. 2021년 기준 민간 어린이집 수는 1만603곳. 이 같은 추세로 보면 향후 5년 내 민간 어린이집은 5000곳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월 대전에 위치한 어린이집을 폐원하고 노인요양시설로 업종을 전환한 고재정(57) 굿대전 주간보호센터장은 “2010년대 초부터 뉴스에서 저출산이 문제라고 했지만 어린이집은 이용 시기가 만 0세부터인 만큼 그동안 원아 수가 크게 줄어드는 느낌은 없었다”면서 “그런데 2018년 이후로는 한 반에 미달이 2~30명 발생하면서 그제야 저출산을 체감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반면 고령화로 인한 노인요양시설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2011~2021년) 노인복지시설은 7만643곳에서 8만5228곳으로 1만4585곳 늘었다. 같은 기간 장기요양급여 수급자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재가노인복지시설은 2750곳에서 9984곳으로 7234곳 급증했다.

지난 1990년도부터 30여년간 운영한 어린이집을 폐원하고 2020년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한 최영순(61) 에이플러스굿모닝주야간보호센터장도 “안산과 수원, 경기 일대 어린이집 원장들이 노인요양시설로 전환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 주변에 업종 전환을 고민하는 원장이 있으면 직접 우리 센터를 보여주고 실습도 받아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다간 어린이집 폐원은 시기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하게 될 것”이라며 “어린이집 폐원을 막을 길은 정부의 지원 확대뿐이다. 민간 어린이집은 그동안 유치원, 국공립과 비교해 차별을 많아 받아왔다. 정부가 격차를 해소한다고 ‘유보통합’을 한다고 하지만 그 전에 민간 어린이집이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나리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어린이집 지원방식이 복잡해 단순하게 정리할 순 없지만 국공립과 민간의 지원 재정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민간 어린이집이 최소한의 사회 인프라인 만큼 폐원을 방치하게 되면 한 가정에서 보육 인프라를 이용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어린이집, 그중에서도 민간의 폐원율이 심각한 상황인 것을 알고 있다”며 “현재 어린이집이 취약한 지역이 어디인지 지리정보를 연계해 접근도를 알아보는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취약지역 중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지원을 늘려서라도 유지하는 방안으로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