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어린이집 못 버텨”… 노인요양기관으로 탈출하는 원장들

이정아 기자
입력일 2023-06-06 14:32 수정일 2023-06-07 17:21 발행일 2023-06-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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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21년 총 82곳이 유치원·어린이집→노인시설로 전환
전문가 “저출산 영향으로 나타난 현상… 앞으로 더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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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에 위치한 굿대전 시니어 주간보호센터. 이곳은 지난 1991년부터 ‘초롱어린이집’으로 운영되다 지난해 2월 폐원했다 (사진=이정아 기자)

출생아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폐원 위기에 놓인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노인요양시설로 잇따라 업종을 바꾸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폐업으로 영유아 보육체계도 흔들리고 있다.

6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전국 15개 시도 지자체별 장기요양기관 전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 운영되던 곳이 장기요양기관으로 변경된 곳은 총 82곳으로 집계됐다.

장기요양기관이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지정을 받은 기관으로 장기요양급여로 돌봄을 제공하는 기관을 말한다. 주간보호센터와 요양원,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그 대상이다. 한마디로 노인요양시설이다.

경기도 안산 상록구에 위치했던 한 어린이집도 지난 2019년 2월에 문을 닫았다. 이곳은 1990년부터 30여년 넘게 운영을 해온 곳이었지만 출생아 수가 감소하자 정원미달에 따른 운영 어려움으로 폐업을 결심했다. 그리고 같은 지역에 재가노인요양센터를 설립했다. 어린이집 운영난의 원인이 된 저출산 시대의 미래에는 고령 인구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업종을 변경한 것이다.

최영순(61) 에이플러스굿모닝주야간보호센터장은 “어린이집 폐원 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인구 교육을 받았는데 이때 고령화가 심각해진다는 걸 배웠다”며 “이후로는 어린이집을 매각하고 노인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전했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앞으로도 노인요양 시설로의 이탈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재정(57) 굿대전 주간보호센터장은 “만 0세부터 원아를 받는 어린이집은 상대적으로 유치원에 비해 저출산 타격이 더 크다”며 “폐원하거나 고민하는 원장들 모임에선 요새 노인시설로 전환하기 위한 정보교류가 활발하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런 현상이 증가하면 아동보육의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린이집 중에서도 가정어린이집의 폐원율이 상당히 높다”며 “맞벌이 부부가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경향을 볼 때 돌봄체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